[취재여록] 게임업체의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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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눈치만 보며 끌려다니지 않겠다."
국내 최대 온라인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가 문화관광부 산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일관성 없는 게임물 등급판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영등위가 최근 3차원 온라인게임 '리니지Ⅱ'의 선정성과 폭력성을 거론하며 '18세 이상 이용가' 판정을 내린 데 대해 엔씨소프트가 14일 예상을 깨고 "이용연령을 낮추기 위한 재심의를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제는 영등위의 입맛에 맞추려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제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었다.
이 회사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창작자의 의욕을 저해하고 시장예측을 혼란스럽게 하는 (영등위의) 행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영등위를 상대로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지난해 10월 '리니지'에 대해 성인물 등급판정을 내렸을 때 재심을 청구한 때와는 판이한 모습이다.
업계에선 엔씨소프트가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게임물의 등급을 매기는 영등위에 도전장을 내민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영등위가 자의적인 심사기준으로 게임업계를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불만도 들린다.
영등위는 지난 1월말 '리니지Ⅱ' 사전심의 때는 '15세 이상 이용가' 판정을 내리면서 선정성이나 폭력성을 문제 삼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사전심의 때보다 리니지Ⅱ의 폭력성이 줄었는데 더 가혹한 판정을 내린 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길들이기' 차원에서 시범케이스로 엔씨소프트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그러한 소문에 비해 영등위의 해명은 군색하기 이를데 없다.
영등위의 한 관계자는 "사전심의를 맡았던 소위원회의 위원 일부가 교체되는 바람에 그때와는 다른 시각으로 게임물을 평가했다"고 해명했다.
사람이 바뀌면 언제든지 등급판정 기준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온라인게임이 큰 인기를 끌면서 사회적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명확한 잣대 없이 좌충우돌하는 영등위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산업부 IT팀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