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0일 춘추관에서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SK비자금 수수의혹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발언 내용. ◆ 모두 발언 =최도술씨는 약 20년 가까이 나를 보좌해 왔고 최근까지 보좌해 왔다. 최도술씨의 행위에 대해 내가 모른다고 할 수 없다. 입이 열개라도 그에게 잘못이 있으면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불미스런 일이 생긴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 아울러 책임을 지려고 한다. 수사가 끝나면 그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이 문제를 포함해 그동안 축적된 여러가지 국민들 불신에 대해 재신임을 묻겠다. 재신임의 방법은 그렇게 마땅치 않다. 국민투표를 생각해 봤는데 안보상 문제라는 제한이 붙어 있어 그것이 재신임의 방법으로 적절한지 모르겠으나, 어떻든 공론에 부쳐 적절한 방법으로 적절한 재신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기에 관해서는 역시 공론에 물어보고 싶지만 국정 공백과 혼란이 가장 적은 시점을 선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회피하기 위해 시간을 끌지는 않을 것이다. 총선 전후까지는 신임을 받을 생각이다. -재신임을 묻기로 결심하게 된 경위는. "최도술씨 사건에 관한 언론보도를 보면서 오래 생각하고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재신임 방법 등에 대해) 공론에 부치자는 것은 모호하게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한게 아니라 실제로 일방적으로 내가 방법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재신임을 물을) 제도가 애매하다. 그래서 좀 더 국민의 공론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도술씨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가. 알았다면 또 언제인가. "검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내가 아는 것 모르는 것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 검찰이 이 수사를 결심했을 때는 철저히 진상을 밝혀낼 각오를 갖고 있다고 본다." -그동안 축적된 국민들의 불신은 무엇을 의미하나.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당당한 신뢰를 받지 않으면 중요한 국정을 제대로 처리해 내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국민들은 수사 결과가 어떻든 나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 나는 모든 권력수단을 포기했다. 도덕적 신뢰만이 국정을 이끌 밑천이다. 그 문제에 적신호가 와서 국민에게 겸허히 심판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상태로 어정쩡하게 1년,2년 국정을 이끄는 것은 국민에게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이 상태로 국가를 운영하기는 어렵다. 도덕적 신뢰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있을 때는 어떤 장애라도 부닥치고 극복할 수 있지만 스스로 당당하지 못하고 자부심이 훼손된 상태에서 어떻게 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나. 언론환경도 나쁘고 국회환경도 나쁘고 지역민심 환경도 나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 -최 전 비서관의 개인 비리로 규정돼도 재평가를 받겠다는 말은 유효한가. "수사 결과가 어느 쪽으로 어떻게 나도 국민은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여러 정치하는 사람이 내게 지금 말씀 드린 그 이상의 도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국민들도 이같은 의혹이 없는 깨끗한 대통령을 원하고 (의혹이) 있더라도 국민의 심판을 통해 사면받은 대통령을 원할 것이다. 정치개혁은 국가적 과제인데 대통령이 어정쩡한 태도로 '내 일이 아니다'고 책임을 모면하려 한다면 국민이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겠나. 또 우리가 모두 바라는 정치개혁이 어떻게 이뤄지겠나." ◆ 마무리 발언 =기존에 해온 국정 방향과 그 원칙을 조금도 흩뜨리지 않고 책임을 다하겠다. 국정혼란 국정공백이 없도록 할 것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