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자금 '한계수위' .. 돌아앉은 개인 - 울며 파는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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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앉은 개인 >
주식매수 대기자금 성격을 띤 고객예탁금이 8조원대에 머무르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외면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일 8조9천4백87억원을 기록한 고객예탁금은 2일 8조7천5백81억원,6일 8조7천8백13억원 등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예탁금이 9조원대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3월 이후 6개월여만이다.
연중최고치인 4월18일의 11조1천7백93억원과 비교하면 20%나 줄어든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고객예탁금이 줄어드는 것과 관련,국내 증시 사상 유례가 없는 이상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에는 종합주가지수가 700선에 안착하면 개인 자금이 증시에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들어선 주가가 상승추세를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투자 자금은 빠져나가고 있다.
실제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3월11일 532.53에서 이달 2일 715.24로 34%나 급등했다.
반면 이 기간중 고객예탁금은 2천1백96억원(2.5%) 늘어나는데 그쳤다.
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제 개인 자금은 시장을 빠져나간 셈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증권사들로선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거래격감에 따라 영업실적 악화를 걱정해야할 상황에 처해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 없이 주가만 오르면서 일선점포의 영업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도 투자여부를 결정하기 이전에 외국인의 선제적 매수에 힘입어 주가는 먼저 급등한 관계로 증시에 발을 들여놓기가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고객예탁금 정체는 올해 종합주가지수 상승이 외국인 선호종목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소외된 개인이 주가가 오를 때마다 '치고 빠지기'식으로 대응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원금보장형 상품인 ELS(주가연계증권)가 개인의 대체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개인 자금이 몰린 것도 고객예탁금이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 요인으로 분석됐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경험상 지수 700선에서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큰 손실을 본 개인들이 원금보장형 상품에 집착하면서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차단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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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며 파는 기관 >
기관투자가들의 매물공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국내 기관이 시장을 망쳐놓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7일에도 투신 등 기관들은 2천1백4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상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펀드매니저들은 "투신사가 주식을 팔고 싶어서 파는 게 아니다"라며 "고객이 펀드투자자금을 되찾아 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유주식을 처분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주식을 팔고 있는 투신사의 심기도 편치만은 않다는 것이다.
기관의 매도공세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5월 이후 일관되게 '팔자'로 나서고 있다.
물론 기관 매매의 절반 가량은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매매가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순매도 금액 전부를 '적극적인 매도'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날 선물과 연계한 차익거래 순매도(1천3백억원)를 제외한 순매도금액이 8백억원에 달하는 등 기관들은 주식매도에 적극 나섰다.
최영권 제일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주가가 급락한 뒤 반등하자 상당수 기관들이 서둘러 주식비중을 축소하는 것 같다"면서 "당분간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기관의 매물은 늘어날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기관매물의 주범은 투신권이다.
투신사 관계자들은 "장세전망보다도 펀드 환매가 투신 매도의 가장 큰 배경"이라고 말한다.
특히 연기금 보험사 등 법인자금의 환매요청이 최근들어 다시 늘어나고 있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지난달 주가가 단기 급락할 때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손실을 감수해야 했던 법인고객이 최근 주가 반등을 이용해 환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지수 700선 부근에서 저가매수에 나설 조짐을 보였던 연기금들은 요즘 주가가 다시 오르자 '팔자'로 돌아서고 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주가가 떨어지면 저가매수에 나서는 방식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중순께 순매수에 나섰던 보험사들도 지난 9월말 종합주가지수가 700선 밑으로 떨어진 이후 7일째 매도 우위를 지속하고 있다.
은행권 역시 매도세로 일관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