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는 헷갈린다. 아침 저녁으로 난로가 그리울 만큼 쌀쌀하지만 한낮에는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선뜻 치우기가 망설여진다. 지난 5월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를 놓고 "폭서(부동산 투기)와 혹한(경기 악화)이 공존해 에어컨을 들일지, 난로를 들일지 판단하기 어렵다"던 비유가 새삼 기억난다. 지금도 소비ㆍ투자 위축은 여전한데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수를 쓰든 부동산값을 잡겠다"고 강조하니 경기상황은 별로 달라진게 없는 듯하다. 세상살이에서도 헷갈린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라크 추가 파병이 옳은지 그른지,송두율 교수가 민주인사인지 북한 노동당 핵심간부인지,해양수산부 장관의 낙마가 본인이 '오버'한 탓인지, '코드인사' 탓인지 혼란스럽다는 얘기다. 이번 주에도 헷갈리는 장면이 자주 목격될 것 같다. 송 교수 사법처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 가운데 평양에서는 류경 정주영체육관 개관 행사(6,7일)가 열린다.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이름을 딴 체육관이 평양 한복판에 지어졌고 남쪽에서 1천1백여명이나 참석한다니 서울서 2백km 남짓한 평양까지 거리가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다. 하지만 대구 U대회에서 "(김정일) 위원장님 사진을 비맞게 하다니…"라며 울먹이던 북한 미녀응원단이 오버랩돼 도무지 그 거리를 어림잡기 힘들다. 경제 분야에선 금융통화위원회(9일)의 추가 금리인하 논란이 뜨거울 것 같다. 수출 외엔 경기가 한겨울이고 청와대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지만 부동산 투기와 가계대출 증가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로선 코드맞추기도 중요하겠지만 내년 총선을 겨냥한 내수부양 카드라는 눈총을 무릅쓰면서까지 금리인하를 단행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금융전문지가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을 학점으로 평가하면서 박승 한은 총재에 대해 '금리를 안 내리고 버텼다'는 이유로 A등급을 줬다는 점은 시사하는 것이 많다. 노 대통령은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차 6일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난다. 이번에는 한ㆍ중ㆍ일 자유무역협정(FTA)이 부각될 예정이어서 또 한번 '개방이냐 사수냐'의 논란을 예고해 놓고 있다. 최근 부쩍 자주 TV에 얼굴을 내미는 고건 총리는 경제5단체장을 초청해 규제개혁간담회(6일)를 갖는다. 정권마다 그토록 규제를 풀고도 다시 이런 자리가 필요한 것을 보면 멀어도 한참 멀었나 보다. 국정감사도 이제 막바지다. 16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이라 기대가 컸지만 뚜렷한 쟁점도, 국감스타도 부각되지 않아 싱거워졌다. 남은 일주일이 주목된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