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7:53
수정2006.04.04 07:54
국내의 2002년 출생 성비(여아 1백명당 남아 수)는 110.0이다.
92년의 113.6보다는 낮아졌지만 2001년의 109.0보다는 오히려 증가했다.
자연스러운 상태는 105∼106이라고 하고,일본과 구미 각국 모두 이 수준을 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남아가 많이 태어나고,특히 셋째아 이상의 성비가 141.2에 달하는 건 태아 성감별이 가능한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태아 성감별은 여아에 대한 인공 임신중절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여성에 대한 원초적 차별이자 반인륜적 행위다.
뿐만 아니라 성비 불균형을 유발,신부감 부족으로 인한 독신남성 증가와 정상적 사회체제 위협, 인구 감소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데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그 결과 태아 성감별에 의한 여아 낙태가 연간 3만건에 이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남아선호사상은 여전하고 '대를 이어야 한다'는 식의 사고 또한 바뀌지 않고 있는데 아이는 적게 낳으려다 보니 둘째아이부터는 물론 심지어 첫자녀도 아들인지 딸인지 알아내려 애쓴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원정출산한 산모 일부가 태아 성감별을 통해 아들임을 알고 떠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원정 출산자로 지목된 사람 가운데는 때마침 부득이하게 외국에 나가야 했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자식에게 남보다 나은 환경과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부모의 욕구를 무조건 탓할 수만은 없을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뱃속 아이의 성별을 억지로 판별한 다음 아들을 골라 낳고 그것도 모자라 군대에 안가도록 외국 국적을 얻어주자는 식의 발상과 행동이 생겨나는 나라에 사는 건 서글프다.
아들을 선호하는 건 가문계승의 압력 탓도 있지만 성장과정 취직 승진 집안일 등에서 불평등과 차별을 겪은 여성들이 딸에겐 그런 삶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남녀 모두 '여자로 사는 것도 괜찮다'고 느끼는 세상이 돼야 성감별을 없앨 수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그렇긴 해도 우선은 의사와 병원 모두 처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윤리적 차원에서 태아의 성을 알려주지 않는 게 필수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