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무이자로 직원들에게 빌려준 돈이 5천7백7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 데 이어 보험사 및 카드사들도 거의 무이자나 다름없는 금리로 직원들에게 대출해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회사와 거래하는 고객들은 은행을 비롯해 보험사 및 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툭하면 보험료나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자기 임직원들에겐 저리대출을 지속하는 것은 일종의'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험사=삼성생명의 경우 주택구입자금으로 쓸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3천만원까지 빌려 주고 있다. 대출금리는 연 1%이며 5년거치 10년 분할 상환 조건이다. 대한생명은 생활안정자금 명목으로 2천만원까지 대출해 주고 있다. 금리는 연 1%.교보생명의 경우 주택 임차자금과 구입자금을 각각 2천만원까지 빌려주고 있다. 임차자금은 2년 후 상환조건이 붙긴 했지만 무이자여서 이자 부담도 없다. 또 삼성화재는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아파트를 구입하는 직원에 대해 최고 5천만원까지 대출해주고 있다. 3천만원까지는 연 1%,초과분에 대해선 7.5%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3년거치 12년 분할 상환의 좋은 조건이다. 현대해상도 전세자금 4천만원,주택구입자금 5천만원을 연 2∼5%의 금리로 직원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카드사=은행계 카드사인 우리카드,국민카드,외환카드는 무주택 기혼자에게 '임차사택(社宅)' 명목으로 최고 1억1천만원까지 무이자 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계 카드사 관계자는 "전세자금 지원은 사택 대체 수단"이라며 "은행에서 분리된 카드사인 만큼 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사원복지제도를 실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카드사들도 비슷하다. 비씨카드는 최고 8천만원까지 연 5%의 금리로 전세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삼성카드와 LG카드는 최고 2천만원까지 연 1%에 전세자금을,최고 3천만원까지 연 3%대에 주택구입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은행=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8개 시중 은행들이 '임차사택' 명목으로 임직원에게 무이자로 지원한 자금이 5천7백73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연 3∼6%의 우대금리로 임직원에게 대출해준 돈도 8천9백83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특히 금감원이 외환위기 이후 은행 임직원의 무이자 대출을 금지했으나 은행들은 '임차사택' 명목으로 무이자 대출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태·최철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