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쇠퇴하는 한국경제 .. 兪炳三 <연세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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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내로라하는 경제예측 기관들은 한결같이 금년도에 한국 경제가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지금은 3%대 이상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심지어 2%대 성장에 그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이에대해 '경기변동 흐름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불황일 것이다.
우리의 능력은 적어도 이 정도는 훨씬 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는 성장의 잠재력이 눈에 띄게 쇠퇴하는 징후가 있다.
작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모두 일시적인 현상으로만 치부하긴 어렵다.
북한핵 문제,정치 불안정,사스 증후군 등 단기적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들이 성장을 5~6%에서 3%로 낮춘 주된 요인의 전부는 아니다.
장기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부분이 적지 않다.
우리 경제가 95년 이후 지금까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의 함정에 빠져있는 것도 단기 현상으로만 간주하기 어렵게 하는 점이다.
한국경제 내부에 성장의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있는 지 의심해 보아야할 상황인 것이다.
당장 우리는 주5일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돼 있다.
경제논리로만 본다면 단축되는 근로시간만큼 임금은 낮아져야 옳지만 그리될지는 의문이다.
주5일제가 일자리를 나누어 가지게(job sharing) 함으로써 고용을 증진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숙련을 요하지 않는 단순 직종에만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임금 상승은 필연이고 새로운 고용을 어렵게 할 것도 당연한 귀결이다.
소위 잠재실업률의 상승과 잠재성장률의 저하이다.
그 반대가 될 수는 없다.
어찌됐건 주5일제는 이제 시행단계이고 저하된 잠재성장률은 한국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됐다.
그러니 다른 요인을 염려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다만 성장률을 조금 포기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소득을 두 배로 부풀려 주는 기간을 계산해 보면 실감할 수 있다.
기간은 70을 성장률로 나눔으로써 손쉽게 계산된다.
예를 들어 매년 7%로 성장한다면 소득을 두 배로 하는데 10년이 걸린다.
4%로 성장하면 18년,3%로 성장한다면 23년이다.
2~3%로 성장하면 그야말로 한 개인이 경제활동을 시작해서 은퇴할 때까지 기간 전체가 소요된다.
60년에서 96년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GDP는 연 8.5% 가량의 속도로 성장해왔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실적이다.
전세계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과서들도 일상적으로 인용하는 사실이다.
물론 성장에는 적절한 분배가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성장의 열매가 있어야 분배의 몫도 커질 수 있기에 잠재성장률을 저해하는 분배는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성장을 통해 후손이 잘 살 수 있게 하려면 현세대의 희생이 얼마간 있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이치이다.
잠재성장률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기술력과 물적·인적자본,그리고 구조적 경제환경이다.
이중 구조적 환경에는 최저임금제와 같은 제도적인 것,한국이 처해있는 지정학적 여건처럼 떨쳐내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경제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만성적인 기업경영의 불투명성과 80년대 중반 이후 지속되고 있는 투쟁적 노사관계이다.
전자는 점진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자는 매우 어려운 문제로 자리잡아 경제에 심각한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
노사는 분명 공생의 입장에 있으며 투쟁의 관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은 자명하다.
정치권은 이 문제 해결에 제대로 역할을 했다고 하기 어렵다.
더 이상 투쟁적 노사관계가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남아있게 해서는 안된다.
곤란한 장기 문제일수록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이 참된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정부와 정치권이 합심해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노와 사,나아가 국민적 호응도 뒤따를 것을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생각보다 더 낮은 성장을 감내할 용의가 있어야 한다.
5천년 역사에서 경제발전의 1세대가 모두 채 은퇴도 하기 전에 그래서야 될 일인가.
yoobs@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