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사이클' 저축 이론(평생소득 가설)으로 198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던 케인스학파의 석학 프랑코 모딜리아니 매사추세츠대(MIT) 명예교수가 25일 사망했다. 향년 85세.MIT의 사라 라이트 대변인은 모딜리아니 명예교수가 케임브리지의 자택에서 잠을 자다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1918년 이탈리아 로마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38년 무솔리니 정권의 반유대인 정책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했다가 39년 2차대전 발발 직전 미국으로 이주했다. 미국 신사회연구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해 44년 박사학위를 받았고 46년 미국으로 귀화한 후 일리노이대,노스웨스턴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60년 교환교수를 시작으로 줄곧 MIT에 재직했다. 모딜리아니 교수는 사람들이 노년에 대비해 어떻게 소비하고 저축하는가를 규명한 '라이프 사이클' 이론과 '모딜리아니-밀러 정리'를 정립해 현대 재무이론의 출발점을 여는 등 실용적인 경제이론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 성과를 올렸다. 라이프 사이클 저축 이론은 하나의 가정을 전제로 하는데,그것은 곧 사람들이 젊었을 때 재산을 저축하는 것은 자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노후에 자신이 소비하기 위한 준비라고 보는 것이었다. 이 이론은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가 많은 사회와 노년 인구가 많은 사회에서 저축률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게 해줬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금 지급 사업이 각각 장래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예측하는 데도 유용한 도구가 됐다. 모딜리아니 교수는 또 금융시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 특히 어떤 회사의 부채구조나 규모 등 재무구조와 미래의 잠재수익이 각각 그 회사 주식의 시장가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해 연구했다. 그는 한 회사 주식의 시장가치는 1차적으로 투자자들이 그 회사에 기대하는 장래 예상 수익량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회사 가치는 회사가 주식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든,은행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든 영향받지 않는다는 소위 '모딜리아니-밀러 정리'를 밀러 교수와 함께 증명했다. MIT 출신인 홍익대 신성환 경영학과 교수는 모딜리아니 교수에 대해 "소비 기업평가 연금 등 경제 경영학의 기초가 된 업적을 다방면에서 남긴 석학이었다"고 말했다. 모딜리아니 교수는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 쟁쟁한 제자들을 길러냈고 고향 이탈리아의 정치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카를로 아젤리오 참피 이탈리아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보낸 조전에서 "위대한 경제학자이자 고향 이탈리아를 정말 사랑했던 거장을 잃었다"며 애도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