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모처럼 화끈한 골 잔치를 벌이며 약체 베트남을 가볍게 제압했다.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25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04아시안컵축구대회 2차예선 E조 1차전에서 이기형, 조재진, 김도훈, 김대의, 우성용이 소나기 골을 퍼부어 베트남을 5-0으로 대파했다. 한국은 이로써 기분좋은 첫 승을 올리며 43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8위 베트남이 당초부터 한국의 상대는 아니었지만 코엘류호로서는 전방 공격수들이 약속이나 한듯 한골씩 뿜어내며 그간의 골 가뭄을 해갈한 게 무엇보다 반가운 한판이었다. 후반 들어 골 폭죽을 쏘긴 했지만 전반 한국의 공격은 답답했다. 23세 이하 올림픽대표로 구성된 베트남은 대량실점을 막는다는 일념으로 포지션구분없이 문전에서 밀집수비를 펼쳤고 김도훈-최성국 투톱과 김대의-최태욱 좌우 날개는 의외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5분 김남일의 첫 슈팅을 시작으로 이을용, 김도훈, 최태욱이 연달아 프리킥과 슈팅을 날렸으나 베트남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거나 아슬아슬하게 골문을 비껴갔다. 한국의 답답증을 풀어준 것은 캐넌슈터 이기형이었다. 이기형은 관중석에서 아쉬운 탄성이 이어지던 전반 35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세트플레이로 이을용이 살짝 내준 볼을 트레이드마크인 오른발 땅볼 강슛으로 꽂아넣어 베트남의 왼쪽 네트를 통렬하게 갈랐다. 전반을 1-0으로 불만족스럽게 마친 코엘류 감독은 후반 공격수들을 모조리 투입하며 공격의 활로를 찾았다. `코엘류호 황태자' 조재진은 후반 최태욱과 교체되자 마자 슈팅을 날려 감각을 조율하더니 후반 14분 왼쪽에서 올라온 최성국의 크로스를 달려들며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 추가골을 뽑았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9분 뒤 `폭격기' 김도훈이 왼쪽을 돌파한 최성국의 센터링을 방아찧기 헤딩으로 꽂아넣어 이름값을 해냈다. 이어진 골 행진은 오랜만에 대표팀에 승선한 김대의와 `꺽다리' 우성용의 몫이었다. 김대의는 후반 26분 머리로, 우성용은 종료 5분 전 발로 베트남의 네트를 갈라 화려한 득점쇼를 마무리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오만이 만만찮은 실력을 과시하며 네팔을 7-0으로 대파, 첫 승을 올렸다. ◇25일 전적 한국 5-0 베트남 오만 7-0 네팔 (인천=연합뉴스) 옥철.장재은기자 oakchul@yna.co.kr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