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경인운하사업의 경제성을 멋대로 부풀리고 왜곡한 사실이 드러나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처음부터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아 객관적인 타당성 검토를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용역까지 맡겼는데, 정작 조사결과가 전혀 신빙성이 없다니 추진중인 다른 국책사업마저 신뢰를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다시는 이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관련자들을 일벌백계로 엄중처벌하고, 경인운하사업의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감사원에 따르면 건교부가 사업타당성 검토작업에 개입해 사실을 왜곡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용역을 맡은 KDI에 총사업비 2조2천4백47억원을 1조9천7백70억원으로 축소한 엉터리 자료를 제공했다. 그래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잠정결론이 나오자 3조원에 가까운 운하이용료 면제, 방수로 건설 뒤 운하건설 등의 대안을 제시해 사업성이 있다는 결론을 억지로 유도해냈다. 또한 서울터미널 배후단지 개발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 부지 보상비 외에 추가로 교량공사비 등 모두 5천3백37억원의 국고지원을 약속했다. 한마디로 사업추진 결론을 미리 내려 놓고 이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 총체적 부실조사인 셈이다. 이러니 감사원이 건교부에 "사업성을 전면 재검토하고 경제성이 높다고 부풀린 관계 공무원을 문책하라"고 통보한 것은 당연하다. 막중한 임무를 망각하고 건교부 입맛 대로 결론을 내려준 KDI도 응분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진행된 부실공사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메울 길은 없다. 예를 들어 2천5백t급 이상 컨테이너 운반선이 통과하자면 교량 높이가 적어도 21.5m 이상이 돼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서울 외관순환도로상의 귤현대교를 16.8m 높이로 완공시키는 바람에 교량공사를 차음부터 다시 해야 할 판이라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따지고 보면 타당성 검토를 형식적으로 하거나 심지어 자의적으로 왜곡한 국책사업이 어디 경인운하사업 뿐이겠는가. 당장 경부고속철 공사만 해도 그렇다. 그동안에도 부실시공 시비, 잦은 노선변경 등 말썽이 끊이지 않았는데 최근에 느닷없이 노무현 대통령이 울산 고속철역 건설이 당연하다고 나서 또다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으니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다. 국책사업은 전체 국가적인 시각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자의적으로 변경하지 말아야 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