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세계 생명공학계의 화두인 '스몰(small)RNA'의 생성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효소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스몰 RNA'는 미국의 저명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지난해 말 '올해의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으로 꼽았을 만큼 생명현상의 신비를 풀 수 있는 열쇠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34)는 인간을 비롯한 고등동물의 유전자 발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스몰 RNA'의 생성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관한 연구논문은 김 교수팀 연구실의 이윤태씨(박사과정 1년)를 제1저자로 작성돼 이 날짜 '네이처'에 실렸다. '스몰 RNA'는 단순히 생명현상의 부산물 정도로만 여겨져오다 2~3년 전부터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져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인간세포에서 주로 발견되는 스몰 RNA를 '마이크로(micro) RNA'라고 부르는데 지금까지 모두 1백50여개의 각기 다른 마이크로 RNA가 발견됐다. 현재 세계 생물학계의 가장 큰 관심은 이들 각각의 기능이 무엇이며 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집중돼 있다. 김 교수 팀은 이번 연구에서 마이크로 RNA가 세포 핵 안에서 전사(轉寫)된 뒤 '드로샤(drosha)'라는 효소에 의해 2차적 변형(프로세싱)을 거쳐 세포질로 이동한 다음 완성된 형태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지난해 마이크로 RNA의 생성 과정을 처음 밝힌 연구 결과를 엠보저널에 게재한 이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얻어진 성과라고 김 교수팀은 설명했다. 김 교수는 "스몰 RNA는 인간이 발생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조절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스몰 RNA 연구가 각종 유전자들의 기능 규명은 물론 질병유전자의 발현을 제어하는 유전자치료 물질로도 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