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기업들의 신규사업 진출을 제한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 연거푸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주목된다. 재경부는 24일 인터넷 홈페이지인 '재경부 브리핑(www.mofe.go.kr/briefing)'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는 출자규제에 대해 "(출자규제의) 정책 목표가 상당부분 달성됐는데도 (이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해열제만 써도 되는데 종합 감기약을 강제 처방하는 격"이라고 맹비난했다. 며칠 전 서울대 연구소를 통해 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던데 이어 사실상 '폐지론'에 가까운 강도 높은 주장을 다시 편 것. 수석 경제부처인 재경부의 이같은 연이은 문제 제기는 기업들의 투자 감소로 성장잠재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노무현 정부의 기업정책이 '시장친화적'인 방향으로의 선회를 예고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 '해열제만 쓸 곳에 종합 감기약' 지난 85년 출자총액제한을 담은 공정거래법을 제정하는 작업에 참여했던 김대유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법 제정 당시와 경영환경이 크게 변했는데도 제도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시장감시 장치가 충분히 마련된 만큼 출자제한과 같은 사전적인 기업투자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지난 21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용역 보고서와 22일 강철규 위원장 강연을 통해 "기업들의 방만한 사업확장 체질이 바뀌지 않는 한 출자규제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 근본적 손질 불가피 재계 관계자들은 출자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손질이 없는 한 이런 재경부-공정위간 출자규제 논쟁은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독립 규제기관인 공정위는 '원론적인 규제론'을, 수석 경제부처로서 경기상황을 고려해야 할 재경부는 '규제완화'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는 것. 양금승 전국경제인연합회 시장경제 태스크포스팀장은 "공정위와 재경부가 출자규제 강화 또는 완화를 통해 조직의 힘을 부각시키려고 한 것도 부침의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재경부는 브리핑 내용이 부처간 대결 양상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24일 오후 자료를 인터넷에서 삭제하고 "시장감시 장치와 소유구조가 개선될 때까지 출자규제 등 대기업 집단정책의 기본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정위와 전적으로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