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원화가치 급등)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내수소비 부진과 설비투자 위축으로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가 수출에까지 타격을 입게 돼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악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과대포장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환율 급락으로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반면 해외 한국물의 지표금리인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만기가 같은 미국 재무부채권 기준)는 오히려 사상 최저수준으로 하락했다. 한국 경제를 여전히 낙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도 없지 않다는 방증이다. ◆ '수출에 상당한 타격 입힐 것' 환율 급락은 국산 제품의 달러환산 가격을 높이기 때문에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스티브 마빈 도이체방크 한국지점 투자전략가는 "대부분 한국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이 악화돼 4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며 "연말까지는 내수 소비가 회복되기 어려워 수출 악화는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미국의 달러약세 정책으로 완전히 무너졌다"며 "(환율 급락으로) 시장 전망을 대폭 수정했다"고 말했다. 환율 급락이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환율이 달러당 1천1백원까지 떨어지면 잠재성장률 수준의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다. ◆ '너무 우려할 이유는 없다' 김도훈 산업연구원(KIET) 동향분석실장은 "환율 급락에 따른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중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고부가가치 상품은 물론 부품과 소재 등 중간제품을 중국에 많이 팔기 때문에 가격탄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JP모건은 "달러화 약세로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 한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골드만삭스증권도 "일본 엔화가 원화에 못지않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교역조건을 감안한 원화 환율은 오히려 양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수의 움직임에 집착하기보다는 수출 비중과 유가 변화 등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며 "연초 대비 원화가치 상승폭이 2.9%에 지나지 않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불안심리 해소가 관건 22일 홍콩 채권시장에서는 한국의 2008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인 0.64%포인트로 떨어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환율이나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외국 투자자들의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시각은 변함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외국인들은 환율 및 주가 급락을 시장 자체의 문제 또는 일본의 엔화 강세에 따른 '연동'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스티브 마빈 투자전략가는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들이 환율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태섭 골드만삭스증권 전무도 "원화 강세가 수출 기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지나치게 과민반응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