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체…불가피" "公교육 포기…안돼" ‥ 판교 신도시 학원단지 논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판교 신도시의 학원단지 설치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건설교통부와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와 도시ㆍ주택문제 전문가들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인데 반해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교조 등은 '사교육 경쟁을 부추긴다'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와 시민단체들은 "판교를 계기로 사교육 특구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면서 "공교육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도시ㆍ주택문제 전문가들은 "부동산 투기는 물론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강남 8학군으로 쏠리는 주택 및 교육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면서 "교육계의 반대는 강남 부동산 투기세력을 도와주고 사교육 시장의 강남 집중 부작용을 방치하는 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10월 말까지 학원단지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 부동산정책과 교육정책의 충돌 =이 문제는 정부의 부동산투기대책과 교육정책의 기조가 상충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경제부처들은 판교 신도시를 부동산투기 진원지인 서울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신도시로 건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판교신도시에서 서울 강남을 능가하는 공교육및 사교육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학원단지 조성'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2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판교 학원단지 조성은 사교육을 부추기는 것이며 학원을 유치해 집값을 안정시킨다는 것은 인과관계상 부적절하다"고 말해 지난 22일 국정감사에서 밝힌 학원단지 조성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처럼 정책혼선과 논란이 가열되자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부처간 이견은 자연스러우나 장기간 협의가 없어 손발이 안맞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문제"라며 두 부처 장관을 질책했다고 윤태영 대변인이 전했다.
◆ 경제부처들:"어차피 들어설 학원들을 계획적으로 유치해 강남과 경쟁시키려는 것" =경제부처들은 분당 일산 등 기존 신도시들이 강남을 대체하는데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로 고교평준화 실시를 꼽는다.
이들 부처 실무자들은 "강남 8학군에 맞설 수 있는 명문고등학교 육성이 분당 일산에서 꾸준히 이뤄졌으면 강남 집중현상이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교육계의 평등주의 명분에 더이상 밀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어차피 들어설 학원들의 경쟁력을 높여 강남 등지로의 학원 통학을 최소화하자는 것인데 교육계가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 주택문제 전문가:"학원도 도시생활 기반시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학원은 도시기능상 주거지 근처에 있어야 하는 시설"이라며 "정부의 판교 학원단지 조성계획을 사교육 조장으로 보기보다는 학원을 원래기능인 생활기반 시설의 하나로 되돌려주자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최막중 교수는 "주택 문제는 교육 및 환경 등 총체적 삶의 환경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라며 "이런 면에서 현재 유일하게 우수한 조건을 갖춘 강남에 수요가 몰려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서울 주택 가격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물론 이번 건교부의 정책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교육부가 이번 건교부의 방침에 대외적으로 정면 반대할 정도로 신념에 차있다면 이참에 교육문제를 해결할 만한 대안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 교육계:"공교육 괴멸 정책 안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사교육 특구'를 조성해 판교 신도시의 자산가치를 높이려는 지방자치단체와 일부 건설업자의 얄팍한 상술에 정부가 놀아나고 있다"며 "이는 정부 스스로 공교육을 무너뜨리고 사교육 열풍을 조장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서울 외곽 신도시와 지방 주요도시에 '사교육 특구' 조성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의 전경희 간사도 "판교 학원단지 조성계획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려는 정부의 '한건주의' 관행이 빚은 해괴망측한 발상"이라며 백지화를 주장했다.
이방실ㆍ임상택ㆍ오상헌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