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있나요? 중요한 건 어느 학교를 다녔느냐가 아니라 학교에서 뭘 배웠고 어떤 경험을 쌓았느냐는 거잖아요." 전북 군산시 소재 호원대에 재학중인 최석주씨(26ㆍ무역경영학부 3학년). 청년 실업난이 극심한데도 최씨에겐 취업 걱정이나 두려움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루라도 빨리 졸업해서 전공과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국제 무역전문가로 성장하겠다는 의욕으로 가득차 있다. "초ㆍ중ㆍ고교 모두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제가 군산에 있는 대학으로 가겠다고 했을 땐 부모님, 선생님 모두 말리셨어요. 졸업한 뒤에 어떻게 취직하려고 하느냐, 변변한 직장이라도 가질 수 있겠느냐, 걱정들이 많으셨지요. 솔직히 수능이나 내신만 따지면 '명문대'는 아니더라도 서울에 있는 웬만한 대학에는 충분히 입학할 수 있는 실력이었거든요." 최씨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방대인 호원대를 택한 이유는 '실무 위주의 교육시스템' 때문이었다. 산업대인 호원대는 산ㆍ학 연계 프로그램이 뛰어나고 이론보다는 실무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져 재학중 자격증을 따는 데에도 유리한 만큼 장차 무역회사를 차리겠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안성맞춤이라고 판단했다. 올초 '국제무역사 자격증'을 취득한 최씨는 요즘 학과 공부와 무역회사 창업 준비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호원대가 올해 산업자원부 지정 무역인력양성대학으로 선정돼 최씨가 소속된 '무역창업인력양성사업단'에 1억2천만원의 자금이 지원된 덕분이다. 최씨는 사업단 동료 학생 50여명과 힘을 합쳐 연말께 소규모 무역회사를 만들어 지역특산품을 수출할 계획이다. 최씨는 "해외 수출 길을 터 국제무역 전문가라는 꿈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돼 무척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청년(15∼29세) 실업률은 6.9%로 전체 실업률(3.3%)의 두 배를 넘는다. 청년 실업자수는 지난해말 기준 총 34만2천명. 이 가운데 대졸자가 12만3천명으로 전체 청년실업자의 36%를 차지했다. 청년 실업이 이처럼 심각해지고 있는 이유로는 경기 침체,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신규 채용보다는 경력자 선호 경향 등이 꼽힌다. 또 현장 적응력이 없는 대졸자를 양산해내는 현행 교육시스템에도 큰 원인이 있다는게 기업 채용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사람을 쓰고 싶어도 쓸 만한 사람이 없다는게 기업들의 호소다. 따라서 신규 대졸자가 노동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이 산업체의 수요에 맞게 편성돼 졸업 후 곧바로 실무에 투입할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학생들도 '간판'보다는 실제 출신학과가 취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따지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03학년도 입시에서 경북외국어테크노대 간호과 경쟁률이 30.3대 1에 달한 것을 비롯 명지전문대 유아교육과 22.8대 1, 인하공전 실내건축과 22.3대 1, 안동과학대 물리치료과 19.6대 1 등 인기학과 경쟁률은 수십대 1을 넘어섰다. 이는 전문대 졸업자의 높은 취업률과 무관치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대 졸업자 취업률은 지난 4월 79.7%를 기록하는 등 매년 80% 안팎에 이르고 있다. 60% 안팎인 4년제 대 취업률보다 무려 2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취업률 수치만 보면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졸업자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기준 4년제 대와 전문대를 포함한 수도권 소재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66.8%를 기록했다. 반면 지방대 졸업자는 70.9%로 오히려 수도권대를 웃돌았다. 인문ㆍ사회ㆍ자연ㆍ의약ㆍ예체능ㆍ사범계 등 계열별 취업률을 보더라도 지방대 졸업자의 취업률이 각각 0.1∼3.9%포인트 높았다. 물론 취업률은 단순히 양적 측면만 볼게 아니라 질적 측면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취직 기업이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월급 몇십만원대 직장이냐 몇백만원대 직장이냐 등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숫자로만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영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극심한 취업난속에 자신의 전공과 적성을 살린 직장을 찾는데서 얻는 만족감이나 자아실현을 감안한다면 전문대나 지방대의 높은 취업률을 무조건 폄하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유아교육과 간호학과 애견미용학과 등 유망 학과ㆍ전공은 출신대학에 상관없이 취직이 대부분 보장되는 만큼 사회적 수요와 자신의 적성에 맞는 대학, 학과를 선택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만희 한국교육개발원 고등교육연구팀장은 "대학을 선택할 때는 수도권 지역에 있느냐 지방에 있느냐라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각 대학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미래에 유망한 정보기술(IT)과 외국어 교육에 중점을 둔 학교, 학과를 선택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