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낭자군이 남미 최강 브라질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분루를 삼켰다. 안종관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은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RFK스타디움에서 열린 2003미국여자월드컵축구대회 B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브라질 스트라이커 마르타, 카티아(2골)에게 연속골을 허용해 0-3으로 완패했다. 첫 판을 내준 한국은 8강 진출 목표를 이루기 위해 2차전 상대 프랑스를 반드시꺾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월드컵 무대에 처녀 출전한 한국으로서는 개인기와 스피드, 경험을 겸비한 세계랭킹 6위 브라질이 예상대로 버거운 상대였다. 이지은-박은선을 투톱으로, 김결실을 플레이메이커로 내세운 한국은 애초 작전대로 미드필드에서 강한 압박을 펼치며 의욕적으로 출발했다. 브라질의 첫 슈팅을 골키퍼 김정미의 선방으로 막아낸 한국은 전반 초반 과감한몸싸움으로 상대를 압박하며 브라질 선수들을 당황하게 했다. 한국은 그러나 전반 14분 뜻하지 않은 핸들링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허용해 어이없이 첫 골을 헌납했다. 주심은 한국 문전에서 브라질 공격수를 마크하던 김결실의 허리 위로 바운딩된볼이 양쪽 팔을 타고 지나가자 가차없이 휘슬을 불었고 키커로 나선 브라질의 신예마르타는 낮게 깔리는 왼발 슛으로 한국의 오른쪽 네트를 갈랐다. 기선을 제압당한 한국은 브라질에 주도권을 빼앗긴 채 카티아에게 여러 차례 찬스를 허용했으나 김정미의 선방과 육탄 수비로 실점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다. 한국은 17세 스트라이커 박은선이 전반 25분 수비수를 등지고 볼을 트래핑한 뒤돌아서며 첫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갔고 17분 이지은의 두번째 중거리 슛도 골키퍼 품에 안겼다. 한국은 후반 초반 전열을 정비하고 반격에 나섰으나 수비와 미드필더진의 간격이 벌어지며 오히려 역습의 빌미를 제공했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축구리그(WUSA) 득점왕 출신인 브라질 공격의 핵 카티아는후반 10분 주심의 휘슬에 한국 수비진이 넋놓고 있는 사이 재빨리 연결된 프리킥을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대각선 슛으로 가볍게 차넣어 추가골을 뽑았다. 카티아는 7분 뒤에도 한국 수비가 친 오프사이드 라인을 교묘하게 빠져나가 쐐기골을 뿜어냈다. 한국은 후반 24분 박은선이 골키퍼와 맞서며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으나 슬라이딩하며 날린 회심의 왼발 슛이 골키퍼에 막혀 월드컵 첫 골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한국은 후반 김결실 대신 황인선을 공격 조율사로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기술과 체격에서 앞선 브라질의 수비수들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 오는 25일 같은 장소에서 프랑스와, 28일 보스턴에서 노르웨이와 조별리그 2, 3차전을 치른다. (워싱턴=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