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미술관' 재정악화로 끝내 문닫아.. 사립 미술관 존폐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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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서양화가 김흥수(84)화백이 지난해 4월 서울 평창동에 문을 연 "김흥수미술관"이 지난 8월 문을 닫았다.
개관한 지 불과 1년 반도 안돼 무기한 휴관에 들어간 것이다.
문을 닫은 이유는 미술관을 운영할 돈이 없어서다.
미술관은 김화백의 평생 숙원사업이었다.
김화백의 부인이자 제자인 장수현관장은 "비용을 아무리 줄여도 매달 수천만원씩 들어가는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어 부득이 휴관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 관장은 김 화백이 운영하는 '영재미술학교'의 수익금 일부와 미술 관련 사업을 실시해 운영비를 감당할 계획이었지만 미술경기 불황으로 사업은 시작도 못했다고 한다.
지출은 일정한데 수입이 없으니 미술관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70여개에 달하는 국내 사립미술관들이 재정 악화로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다.
개인이 세운 미술관은 물론이고 대기업이 재단 형태로 설립한 미술관들도 이자 수입 감소 등으로 운영난이 심각한 상태다.
사립미술관은 비영리 기관이기 때문에 보통 관람료와 기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입 등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이 많지 않아 관람료가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게다가 몇 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낮은 이자율로 인해 이자 수입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재정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쌍용 계열의 성곡미술관은 이자 수입 감소로 재정난에 부딪치자 지난해 수익사업 발굴의 일환으로 조형물연구소를 설립,조형물시장에 뛰어들었다.
전준엽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은 "조형물 수익금으로 운영비의 일부를 충당하고 있지만 충분치 않아 비용 절감 차원에서 기획전을 줄여 나가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 계열 대림미술관의 경우 '케이터링(catering)서비스'로 운영비의 일부를 마련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단체로 미술관을 찾는 대림산업 계열 임직원들에게 포도주와 다과를 제공하고 그 수익금으로 기획전 팸플릿 제작비의 일부를 충당하고 있다.
수익사업을 찾을 수 있는 대기업 계열 미술관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개인이 설립한 미술관들은 기업들의 협찬마저 끊겨 '탈출구'를 찾는 데 비상이 걸렸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은 "기업 협찬이 예전같지 않고 협찬하더라도 그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대부분의 사립미술관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실토했다.
미술관 관계자들은 미술관들이 존속하기 위해선 개인 또는 기업의 기부 행위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에서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립현대미술관 정준모 학예연구실장은 "미·일 등 선진국 정부는 세제혜택 등을 통해 기업 개인의 기부행위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게 근본적인 차이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