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이 밝았다. ' 월드컵 본선 무대 첫 출전에서 8강 진출의 기적에 도전하는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이 22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4시30분 미국 워싱턴 RFK 스타디움에서 브라질과 본선첫 경기를 치른다. 사상 첫 월드컵 무대 진출이지만 8강 토너먼트 진출을 겨냥하는 한국은 이 경기에서 최소 무승부로 막아내야 목표달성 스케줄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 세계 랭킹 6위에 올라 있는 브라질을 상대로 '지지 않는 경기'를 펼치는 것이쉽지 않겠지만 대표팀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은 '이길 수는 없겠느냐'며 오히려 승리를 장담한다. 21일 RFK 스타디움에서 마무리 훈련을 가진 안종관 감독은 "기분이 좋다. 선수들이 힘든 훈련을 잘 따라줬고 결과는 경기를 통해 보여주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가공할 공격력을 자랑하는 브라질을 맞아 일단 수비를 단단히 쌓는 것 이외에는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 안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생각이다. 브라질은 남미 예선을 겸한 남미여자축구선수권대회 3차례 경기에서 18골을 뽑아낸 화끈한 공격력이 돋보이는 팀이다.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12골을 쏟아 부은 브라질 공격의 첨병은 카티아와 마르타, 그리고 다니엘라가 이루는 삼각 편대. 호나우두, 호나우디뉴, 히바우두 등 브라질 남자축구대표팀 '3R'에 못지 않은골 결정력을 지닌 선수들이다. 카티아는 지난해 미국여자프로축구리그 득점왕(15골)에 올랐고 마르타와 다니엘라는 2002년 캐나다 19세 이하 여자청소년축구대회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 골잡이. 한국은 이런 브라질 스트라이커들을 4백 시스템으로 묶는다는 구상이다. 듬직한 주장 유영실(INI스틸)과 김여진(INI스틸)이 가운데를 맡고 왼쪽 송주희(INI스틸), 그리고 오른쪽 김유미(INI스틸) 등으로 짜여진 4백 시스템은 안 감독이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이다. 안 감독은 "대인 방어는 없다. 우리는 시스템으로 막겠다"며 4백에 대한 깊은신뢰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브라질을 깰 한국 전술의 비책은 미드필드진. 안 감독은 "아마 미드필더들이 매우 힘든 경기를 할 것"이라며 미드필드진에게많은 주문을 했음을 시사했다. '공을 잡은 상대 선수는 무조건 따라 붙는다'는 원칙 아래 미드필드진은 빠르고강한 압박으로 브라질 공격의 물꼬를 차단하고 역습 기회를 만들어낸다는 작전이다. 브라질이 그동안 치른 경기 비디오를 분석한 결과 미드필드에서 강한 압박을 가할 때 공격력이 크게 무뎌진다는 사실을 발견해낸 결과다. 부동의 게임 메이커로 낙점받은 김결실(여주대)을 비롯해 김진희(울산과학대),신순남(INI스틸), 김유진(INI스틸) 등이 대임을 떠안았다. 이와 함께 한국여자축구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기대하게 된 것은 '겁없는 신병기' 박은선(위례정산고)의 징계 해제. 아시아선수권대회 최종전 일본과의 대결에서 퇴장당한 때문에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뛸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박은선에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날 출전을허용했다. 박은선은 "그때 괜한 행동으로 대표팀에 걱정거리가 됐는데 징계가 풀려 다행"이라며 "많은 골을 넣지 못해도 꼭 필요한 한 골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선수단은 이날 최종 훈련에서 미니게임과 슈팅 연습 등으로 마지막컨디션 조절을 마치고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