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는 1853년 레비 스트라우스가 금맥을 찾아 미국 서부로 몰려든 광부들을 위해 천막 소재인 데님으로 처음 만든 뒤 오랫동안 작업복으로 애용됐다. 청바지가 평상복으로 바뀐 건 1950년대 이후. 제임스 딘의 '이유없는 반항'이 젊은층을 사로잡은데 이어 60년대 들어 기존 질서와 물질 만능주의에 반발한 대학생들이 앞다퉈 입으면서 자유와 개성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70년대엔 남녀노소 누구나 입는 옷이 됐고,77년 캘빈 클라인이 값비싼 디자이너 브랜드를 내놓은 것을 계기로 단순한 작업복 스타일에서 벗어나 패션화되기 시작했다. 80년대 중반부터 천 자체를 낡고 물이 빠진 것처럼 만드는 각종 가공기법이 일반화되자 청바지의 모양과 색깔은 더욱 다양해졌다. 무릎을 찢은 청바지가 등장한 것도 이때다. 90년대엔 힙합패션이 대유행했고,2000년대에 와선 몸의 움직임을 따라 옆선이 돌아가도록 입체 재단,활동하기 좋고 다리가 길어 보인다는 엔지니어드진(엔진)이 인기를 끈다. 오늘날 블루진은 성 연령 인종 구분없이 누구나 입는 만국 공통의 의상이다. 국내에선 70년대 나팔바지로 애용되기 시작됐고 80년대 교복 자유화에 따라 10대에게까지 널리 확산됐다. 지금은 젊은층의 경우 모양 색깔 두께에 따라 서너 벌은 기본이고 웬만하면 10벌 정도 갖춘다고 할 정도다. 종류도 바지 통에 따라서만 일자형,내려갈수록 좁아지는 레귤러형,나팔바지인 벨형,속칭 멜빵바지로 불리는 오버롤형,힙합 세미힙합 등 수없이 많고,장식도 자수 아플리케 패치 라인스톤 등 가지가지다. 청바지는 입는 사람의 취향과 성격을 드러내며 따라서 '옷이 아니라 문화'라는 말이 나오는 마당이다. 리바이스에서 45만원짜리 청바지를 판다는 소식이다. 창립 1백50주년을 기념,1917년작 '리바이스 501'모델 복제품을 한정판매한다는 것이다. 501은 리바이스의 기본품목. 5개의 포켓과 이중 박음질, 지퍼대신 단추를 단 게 특징이다. 일부러 오래된 빈티지룩을 찾는 마니아들이 있다지만 무릎부분을 아무렇게나 덧댄 45만원짜리 청바지가 얼마나 팔릴 지 궁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