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가 오는 28일과 29일,10월2일과 4일 등 4회에 걸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 2003∼2004 시즌 개막공연이다. '리골레토'는 베르디의 16번째 오페라로 '라 트라비아타''일 트로바토레'와 함께 베르디의 중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빅토르 위고의 희곡 '왕은 즐긴다'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왕의 방탕한 생활을 묘사했다는 이유로 초연 하루만에 상연 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대본을 썼던 피아베는 검열의 눈을 피하기 위해 배경을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등장인물을 왕에서 광대로,오페라의 제목도 '저주'라는 의미의 '라 말레디치오네'에서 어릿광대의 이름인 '리골레토'로 바꾼 후 공연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리골레토'는 2002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의 신작으로 파격적인 연출로 유명한 데이비드 맥비커가 연출을 맡았다. 맥비커는 "베르디와 원작자 빅토르 위고에게 충실하기 위해 19세기 당시 무대에 올려졌던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요소들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저주 복수 살인 구원 등의 격정적인 코드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특히 1막 중 만토바 공작의 궁정에서 벌어지는 파티에서는 반라의 남녀가 뒤엉켜 나뒹구는 극사실적 연출도 마다하지 않아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리골레토'는 무거운 주제의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면서도 아름다운 아리아가 많이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바람둥이 공작의 음탕한 본성을 드러내는 '이것도 저것도'로 무르익는 1막은 질다가 부르는 '그리운 그 이름은'으로 애절하게 마무리된다. 2막에는 화려한 테너 아리아와 구슬픈 바리톤의 노래,질다의 애절함이 모두 녹아 있는 명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3막에서 만토바가 변덕스러운 여자의 마음을 노래하는 '바람에 날리는 깃털같이'(일명 '여자의 마음')도 유명한 아리아다. 이번 공연에서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신영옥이 '질다' 역을 맡아 오랜만에 한국 팬들과 만난다. 지난 91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질다 역으로 데뷔한 신영옥은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갖고 있는 역대 최고의 질다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뉴욕 런던 파리 캐나다 등 전세계 오페라 무대를 넘나들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리골레토 역은 바리톤 프레데릭 버치널이 맡았다. (02)580-1300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