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와 DJ라는 두 맞수가 한국 현대 정치사를 30여년이나 쥐락펴락한 것처럼 역사에는 언제나 맞수가 있게 마련이다. 김구와 이승만,김홍도와 신윤복,왕건과 견훤,김춘추와 연개소문…. '옛사람 72인에게 지혜를 구하다'(김갑동 지음,푸른역사,1만2천원)는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사의 라이벌 72명을 등장시켜 새로운 역사읽기를 시도한다. 예컨대 조선 선조때의 인물인 이순신과 원균을 보자. 이순신은 임진왜란의 영웅이 됐지만 원균은 이순신을 모함하고 시기한 악인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저자는 원균이 저돌적이고 거리낌 없는 용장이었으나 후대의 '역사 만들기'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한다. 또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맞수들의 선택은 이들을 승자와 패자,빛과 어둠으로 갈라놓았다. 백제의 근초고왕은 고구려 고국원왕을 전사시키고 한반도의 패자가 됐고,백제의 성왕과 신라의 진흥왕은 치열한 세력다툼을 벌이며 앙숙관계를 형성했다. 저자는 김춘추와 연개소문의 외교적 교섭 결렬은 북쪽의 고구려땅을 중국에 빼앗긴 채 삼국의 불완전한 통일을 초래했다며 아쉬워했다. 또 고려 무인정권의 몰락과정을 통해서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치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계백과 김유신,원효와 의상,왕건과 견훤,묘청과 김부식,최영과 이성계 등 역사속 맞수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