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업체인 팬택&큐리텔이 17일 상장 첫날 주식시장에서 공모가의 2배 가까운 4천8백30원(액면가 5백원)에 주가가 형성돼 이 회사 대주주인 박병엽 부회장은 3천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산업자본가로 발돋움했다. 샐러리맨에서 기업가로 변신한지 12년만에 국내 기업인 중 15위의 재산을 축적한 것이다. 박 부회장은 팬택&큐리텔 주식 5천1백만주(34%)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17일 가격 기준으로 2천4백6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팬택주식(약 6백13억원 규모)을 합하면 총 3천80억원이나 된다. 증권가에선 팬택&큐리텔의 적정 주가가 6천6백원이라는 분석도 나와 이를 감안하면 그의 재산은 4천억원에 가까워진다. 박 부회장이 기업가로 변신한 것은 지난 91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당시 삐삐업체 팬택을 세운 그는 탁월한 친화력과 추진력 그리고 인재중시 경영철학으로 회사를 키워 나갔다. 급속히 변하는 정보기술의 발전에 뒤지지 않기 위해 연구원들과 함께 먹고 자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등 연구원들의 사기를 북돋웠다고 한다. 그러나 삐삐산업의 성장 한계는 피할 수 없는 일이어서 그는 2001년 11월 팬택&큐리텔(당시 하이닉스반도체 휴대폰사업부)을 인수하게 된다. 인수 당시 주위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휴대폰 사업의 성공가능성을 읽은 그는 주위를 설득했고 결국 팬택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의 신용으로 수백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지분을 인수하게 된다. 이후 휴대폰 영업에 적극 나선 그는 미국 휴대폰 공급업체인 오디오박스에 단일 계약 사상 최대인 약 5백만대(1조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 또 내수시장에도 나서 지난해 말 시장점유율 3위에 올렸다. 첨단 복합 단말기인 카메라폰 분야도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들은 어려울 때 구조조정보다 외형 확대로 돌파구를 찾은 게 빠른 시일 내에 대기업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말한다. 또 능력있는 경영인을 적극적으로 영입한 그의 인재중시 철학을 빠뜨리지 않았다. 박정대 총괄대표,송문섭 팬택&큐리텔 사장,이성규 팬택 사장 등은 LG 현대 삼성 등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경영인들이다. 박 부회장은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았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