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한 신중론이 국제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 "중국 정부가 미국의 요구대로 위안화 가치를 시장에 맡기는 자유변동환율제를 갑자기 실시할 경우 은행 등 중국 금융산업이 붕괴돼 위안화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국가들의 위안화 평가절상 요구에 제동을 걸었다. 이 신문은 중국이 외부압력에 못이겨 철저한 준비없이 위안화를 시장에 맡기면,중국 금융산업 불안으로 위안화가치가 오히려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에른스트 벨테케 이사도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회견에서 "중국 은행들은 변동환율제를 감당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며 중국 정부는 위안화가치가 달러화에 고정돼 있는 현행 페그제를 갑자기 바꿔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 정부에 고정환율제를 폐지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부당하다"고 지적한 뒤,"중국은 먼저 은행시스템을 개혁한 후 환율을 시장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안월스트리트 및 벨테케이사의 시각은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의 분석과도 동일,고정환율제 폐지를 거부하고 있는 중국 정부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S&P는 전날 "중국이 변동환율제를 도입할 경우 국가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준비없는 변동환율제 도입은 중국 은행들을 도산사태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최근 "지난번 아시아 외환위기 극복 때 중국이 기여한 부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전제하며 "위안화 문제로 IMF가 중국측에 압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미국 입장에 동조,위안화절상을 주장해 온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도 전날 갑자기 태도를 바꿔 "위안화 문제는 중국 정부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말해 주목된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