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들은 15일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부국과 빈국간의 갈등(Rich-Poor rift)'으로 결렬됐다. 무역자유화 협상이 중태에 빠졌다"며 한결같이 시한내 타결 불가를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칸쿤회의를 결렬시킨 원인이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이라는 주장이 유럽측 장관들에 의해 제기돼 주목을 모으고 있다. ○…이번 각료회의가 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한 채 결렬된 것은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 등이 '싱가포르 이슈'의 토론을 거부한데 따른 것이라고 덴마크의 스티그 몰러 외무장관이 주장했다. 몰러 장관은 "한국과 일부 개발도상국가들이 싱가포르 이슈에 관해서는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번 각료회의 의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독일의 볼프강 클레멘트 경제장관도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과 한국'이 싱가포르 이슈의 논의를 단호하게 거부했다고 말해 몰러 장관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몰러 장관은 유럽연합(EU)이 이 이슈들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였으나 한국은 이 모든 이슈들에 관한 논의가 결렬되는 것을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각료회의가 실패로 끝난 것에 대해 누구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좀 더 협상에 임했더라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WTO의 무역자유화 정신이 4년전 시애틀회담후 최대 패배를 맛봤다"며 내년 말의 협상타결 시한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논평했다. 특히 칸쿤회의의 결렬로 지역 경제블록 및 양국간 개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AP통신은 "내년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와 EU의 회원국 확대 문제 등으로 WTO 주역들이 협상에 전력을 기울이기 어려운 형편인데 칸쿤회의가 결렬됨으로써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논평했다. ○…로버트 죌릭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회의 결렬후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말까지 무역자유화 협상이 종결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칸쿤회의는 선진국과 개도국을 막론하고 '할 수 있다(can do)'는 측과 '하지 않을 것(won't do)'이라는 측으로 양분됐으며, 이중 '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우세해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