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추석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우리의 명절음식은 알고 보면 그 철에 꼭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됐다고 한다.
송편 토란탕 갈비찜 삼색나물(도라지ㆍ고사리ㆍ시금치) 화양적(버섯ㆍ도라지ㆍ쇠고기 꼬치) 조율이시(棗栗梨枾ㆍ대추 밤 배 감)로 차리는 추석상 또한 여름철 더위에 지친 몸을 추스르고 환절기 적응을 돕는 식품들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송편을 찔 때 사용하는 솔잎엔 진통·항생 및 진정작용을 하는 피톤치드가 들었고,송편소로 쓰이는 참깨는 눈과 귀를 밝게 하고 변비를 예방한다.
토란은 소화를 돕는데다 멜라토닌(생체리듬 조절 호르몬)을 함유,계절변화에 몸이 빨리 적응하도록 하고,도라지는 기침,고사리는 해열ㆍ이뇨,시금치는 술독 제거에 좋다.
대추는 노화 방지와 신경 안정제 역할을 한다.
'대추를 보고도 안 먹으면 늙는다'는 옛말도 있다.
생밤은 차멀미,배는 숙취와 소화,감은 설사와 딸꾹질에 각기 효력을 발휘한다.
잣 땅콩 호두 등 견과류가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은행이 호흡기에 상당히 좋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요즘엔 그러나 명절음식도 집에서 장만하는 경우가 줄어든다.
송편은 물론 생선전 녹두전 동그랑땡 심지어 나물까지 파는 것을 사다 쓰거나 아예 차례상 음식을 몽땅 배달시키는 가정도 있다.
사다 먹으면 손쉽고 더 싸게 먹힌다고도 한다.
빚어서 얼린 냉동송편을 구입하면 두고두고 쪄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파는 송편의 속은 깨 한가지인 반면 집에서 빚으면 거피팥 콩 녹두 깨 밤 고구마 등 다양한 속을 넣어 골라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전과 꼬치도 혼자 부치자면 버겁지만 함께 만들면 명절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토란탕도 흙이 묻은 동글동글한 암토란을 사서 끓이면 한결 맛있다.
명절음식 장만을 기피하는 건 부엌일을 몽땅 여자에게 떠넘기는 게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요리는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
올 추석엔 온가족 모두 함께 음식도 만들고 설거지도 거들며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면 어떨까 싶다.
늘 먹는 메뉴가 지겹다면 메인요리를 장어구이 대합구이 게요리 등으로 바꿔 보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