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의 판매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온 4일 미국 최고 권위의 시장조사기관인 JD파워에서는 현대·기아와 관련된 또 다른 발표가 나왔다. 현대의 싼타페 EF쏘나타 베르나 투스카니 등 4개 모델이 상품성 만족도 조사에서 동급차종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는 것. 현대·기아자동차 도약의 비결을 마케팅의 성공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품질 개선이 뒷받침됐다는 증거인 셈이다. 이번에 실시된 상품성 만족도 조사는 신차 구입후 3개월이 지난 차량 고객을 대상으로 엔진 변속기 승차감 스타일 편의성 등 1백15개의 세부항목을 조사,분석한 중간결과로 최종결과는 다음달 나올 예정이다. 현대·기아차의 도약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연초 이라크전쟁에 따른 미국 소비심리 위축과 이른바 '빅3(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메이커의 집중적인 견제를 물리치고 이뤄낸 성과라는 점. 싼타페와 쏘렌토를 앞세운 현대·기아차의 돌풍이 결코 일회성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현대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대의 안정적인 점유율을 확보,미국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는 2005년 이후에는 두자릿수의 시장점유율을 기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도 듣고 있다. 지난 8월까지 3.2%(전년 동기대비)를 기록한 현대·기아차의 판매증가율은 같은 기간동안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판매가 각각 9.3%,14.9%,4.2%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특히 돋보인다. 양사가 이처럼 미국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은 미국 빅3의 대대적인 할인정책 등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차종을 고급화하고 딜러체제를 강화한 덕분. 현대차는 기존의 아반떼에서 쏘나타와 싼타페 차종으로 고부가가치 차량판매를 확대한 게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무리한 가격인하 정책보다 본사가 대리점 및 딜러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한 것도 주효했다. 기아차도 현지 판매망 및 딜러의 판매력을 독려하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재 카니발과 쏘렌토는 각각 1만여대가 출고를 기다리고 있어 현지딜러들로부터 선적을 서둘러 달라는 요청이 폭주하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시장이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GM 등 미국업체들의 공격적 인센티브,도요타 등 일본 경쟁업체들의 신상품 출시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우수딜러 확충 및 신규딜러 모집 등으로 대응키로 했다. 단독판매 전시장도 늘린다는 전략이다. 기아차는 오는 11월 국내 대형차로는 처음 오피러스(수출명 아만티)를 선보여 브랜드 이미지 향상과 함께 판매확대를 노리기로 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