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주적(主敵)은 어디일까. 중국이 얼마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연내에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베이징 외교가에 이같은 궁금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한 국가의 대외정책과 군사전략을 담는 중요한 문건이다. 지난해 9월 미국이 '선제 공격론'을 들고 나왔을 때도 바로 이 보고서를 통해서였다.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공개방침은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입장을 좀체 드러내지 않던 중국 외교의 변화를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중국은 지난주 6자회담을 통해 국제 외교무대의 전면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회담장소인 조어대(釣魚臺) 17호각 방비원(芳菲苑)을 지난 주말 일반에 개방,회담 주최국으로서의 외교역량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싶은 속뜻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 중국 CCTV는 6자회담에 이르기까지 북핵문제 해결에 나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등 지도부의 외교 행보를 다룬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했다. 중국측 수석대표인 왕이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회담 후 "미국의 북한정책이 북핵해결의 최대 걸림돌"이라며 미국을 겨냥하는 대담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국제 외교무대에서도 '대국'의 이미지를 갖춰가려는 중국을 보면서 덩샤오핑이 삼국지의 고사를 인용하며 설파했던 '도광양회'(韜光養晦,어려운 시기에 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를 떠올리게 된다. 도광양회는 국제현안 개입을 꺼려온 중국외교의 기본노선을 지칭하는 말.중국의 한 외교전문가는 "세계 6위의 경제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외교 무대에서도 재능을 발휘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반도 비핵화가 중국의 실리에도 부합된다는 현실적인 이유 역시 중국이 국제무대에 나선 배경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무역업을 하는 장페이씨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순망치한"이라며 "북한(입술)이 사라지면 미국이 우리 문 앞에 오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핵보유가 야기할 아시아 지역의 위기감은 중국의 고도 경제성장에도 급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이번 6자회담에서 역량을 드러낸 중국이 다음 엔 어떤 '재능'을 발휘할지 관심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