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유명 의류 상점들이 빽빽이 들어선 일본 도쿄의 시부야.시부야 전철역에서 '젊음의 거리' 하라주쿠로 이어지는 번화가를 거닐다 보면 돔 형태의 지붕을 가진 9층짜리 은색 건물을 만난다. 도쿄 일대 5천여만명의 주민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민간기업 도쿄전력이 지난 84년 총 40억여엔(약 4백억원,땅값 제외)을 들여 설립한 '전력 홍보관'.10t 규모의 수력발전기부터 원자력발전 모형까지 건물 각 층별로 전기와 관련된 모든 것이 전시돼있는 곳이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날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연인들과 방학을 맞은 어린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개관 이래 연간 평균 50여만명이 이곳을 찾아 누적 방문객 수가 1천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6층에 위치해있는 원자력발전관은 매일 먹는 쌀은 물론 우리 몸에서도 일정량의 방사능이 배출된다는 사실을 퀴즈와 각종 기계장치를 통해 흥미롭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도쿄 시내에서도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시부야의 알짜배기 땅에 도쿄전력이 본사 건물도 아닌 홍보관을 20년간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홍보관 관계자는 "전기 절약의 필요성은 물론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국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리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경제적 손실 계산보다 우선한다는 게 경영진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직접적인 원폭 피해자인 일본 국민들이 원자력 발전에 큰 반감을 갖고 있지 않은 것도 이같은 적극적인 대(對) 국민 홍보에 힘입은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국전력이 지난 2001년 문을 연 서울 서초동의 전력문화회관이 국민홍보라는 당초 설립 목적과는 달리 임대 전시사업 등 수익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것과는 분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국내에선 요즘 원전폐기물 부지 선정을 두고 학생들의 등교 거부 등 부지 예정지인 전북 부안군민들과 정부간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7년간 우리 정부는 원전폐기물 부지 선정 문제를 끌어오면서 과연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홍보에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쿄=이정호 경제부 정책팀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