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론스타펀드의 지분인수에 따라 '외국계 은행'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외환은행은 본격적인 경영정상화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부실이 많은 은행'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은행'이라는 이미지는 1조원 이상의 신규 자금 유입으로 말끔히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 향후 공격적 영업을 통해 은행간 경쟁무대에서 새로운 주역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S&P가 론스타의 지분인수 계약 직후 외환은행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상향 조정하고 향후 등급전망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바꾼 것은 이같은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이번 계약은 또 다른 인수희망자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헐값 매각'이라는 가격시비도 제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계약조건 평가 =론스타에 경영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기존 주주들과 외환은행이 받게 되는 1조3천8백34억원은 현재 외환은행의 재무ㆍ경영상태로 볼 때 적정수준이라는게 금융계의 지배적인 평가다. 계약조건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우선 코메르츠방크와 수출입은행이 갖고 있던 우선주 5천7백9만주는 주당 5천4백원에 매각됐다. 코메르츠와 수출입은행의 취득가(주당 5천원)보다 4%,27일 증권거래소 시장 종가(4천3백10원)에 비해 25% 이상 할증된 금액이다. 신주 2억6천8백75만주의 주당 가격 4천원도 적정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구주와 신주의 평균매각 가격(4천2백47원)을 올해 연중 종가 평균 3천5백77원과 비교해 보면 20% 가량 프리미엄이 붙었다. 국내 증시에서 일반 공모를 통해 유상증자를 할 경우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공모가격인 2천5백90원(과거 3개월 평균주가에 30% 할인)과 비교해도 호조건이었다는 평이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외환은행이 부실을 털어내고 우량은행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외환은행 경영개선 기대 =이번 계약에 따라 외환은행은 내달 말 1조7백50억원을 일시에 현금으로 공급받게 됐다. 납입자본금은 1조8천5백9억원에서 3조1천9백46억원으로 늘어나고 단순자기자본비율(자기자본 ÷ 총자산 x 1백)은 5%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2%대로 높아져 은행권 최고 수준으로 도약한다. 영업ㆍ경영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브릿지캐피탈이 제일은행 인수 후 지속적으로 덩치를 줄였던 것처럼 론스타가 기업여신 등에 대해 축소정책을 택할지가 관심이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BIS 비율을 유지하려고 영업 규모를 지나치게 많이 축소해 왔다"며 "수익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는 오히려 다소 확장적인 영업전략을 채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진은 전면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 론스타 관계자는 "국내 어느 은행과 비교해도 전혀 처지지 않는 최고의 경영진을 구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숙제는 폐쇄 위기에 몰린 미국 영업망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다. 론스타가 새주인이 되면서 외환은행은 '펀드가 은행업을 겸할 수 없다'는 미국 법조항에 걸려 미국 현지법인과 지점을 모두 폐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