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여사장이 뭘 알겠느냐는 주위의 편견 속에서 7년간 조금씩 회사를 성장시켜 온 점을 높이 평가해 주신 것 같습니다." 28일 여성벤처협회 창립 5주년 기념 행사에서 최고 영예의 산업자원부 장관상을 받는 경성산업 김경조 사장(48)은 한차례 부도의 어려움을 인내로 극복해 낸 억척 벤처인이다. 수상 소식을 들은 김 사장은 여성 기업인에 대한 사회 편견을 이겨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지난 일을 회고했다. 경성산업은 자동차 선박 항공 전자제품 등에 사용되는 일반 연소ㆍ연마재인 비철용 쇼트볼(shot ball)을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 조선회사 등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으며 연간 16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 사장은 원래 유치원장이 꿈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며 틈틈이 방송통신대에 나가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그러다 우연히 스테인리스 쇼트볼 사업의 가능성을 접하고 당시 은행 지점장을 맡고 있던 남편의 권유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엔지니어들을 초청해 기술을 습득하고 직접 발로 뛰며 거래처를 개척했으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잡상인으로 오해를 받기 일쑤였으며 여성 기업인이라고 품질이나 기술도 믿어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외환위기 여파로 3천만원이 없어 부도를 맞고 말았다. 98년 6월30일. 김 사장은 모든 걸 접고 폐업을 결심했다. 그런데 운명인지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정확히 폐업신고 하루 전날 남편이 구조조정 바람으로 직장을 잃었습니다. 마음을 고쳐 먹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후 김 사장은 남편이 경리 및 생산현장을 돌봐주는 남다른 외조에 힘입어 영업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창업 첫 해 1억9천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2001년 12억원, 지난해 16억원으로 늘었다. 해외 영업에 적극 나서 지난해엔 인도네시아에 1백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제품개발에 힘쓴 결과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우량기술기업에 선정됐으며 중기청의 기술개발혁신사업으로도 뽑혀 최근 모래알갱이와 같은 극 미소볼을 자체 기술로 출시했다. 올해는 2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여성이 대표라고 하면 경영 노하우를 무시하거나 품질 기술을 믿지 않으려 하는 나쁜 관습이 남아 있어요.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에 이름만 올려 놓은 사장이라고 오해받을 때가 가장 화가 났습니다." 그래도 김 사장은 무엇보다 남편의 외조가 사업의 일등공신이라고 강조한다. "종갓집 며느리로 저녁도 제때 챙겨주지 못하는 저를 가장 이해하고 도와준 건 다름 아닌 남편"이란다. 이런 남편의 도움으로 그는 지난해 8월 부경대 야간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김 사장은 "제조업은 여성의 불모지라는 인식을 극복하고 일해 자부심을 느낀다"며 "도전하는 여성은 아름답다는 말을 늘 가슴에 담고 산다"고 강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