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회장 사망후 그의 삼촌인 정상영 KCC(고려금강화학)그룹 명예회장이 경영권 공백사태에 처한 현대그룹 지키기에 적극 나서면서 `범현대가'의 법통계승 주체에 대한 재계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몽헌 회장 사망으로 현대가의 법통이 자연스럽게 장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쪽으로 모아진 가운데 그동안 후방에 머물러 있던 정상영 명예회장이 전면으로등장함에 따라 현대가내 `맹주'(盟主) 자리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정상영씨, `현대그룹 직접관리' = 정상영 명예회장은 정몽헌 회장 사후 가족회의를 소집, 현대그룹의 앞날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등 집안의 어른역할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현대그룹을 섭정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에 이어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정상화 방안 착수에 들어갔으며 현대그룹을 책임질 회장급 경영인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대규모 구조개편도 예고되고 있다. 특히 그가 정몽헌 회장의 장인이자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인 김문희 여사의 남편인 현영원 현대상선 회장을 만나 현대그룹 경영참여에 대한 동의를 얻어냈다는 후문도 나오고 있다. 그는 정몽헌 회장 사망으로 현대엘리베이터의 외국인 지분 매수세가 급등하자현대가 계열사를 동원해 경영권 방어에 나섰고, 특히 자신은 300억원을 확보해 둔상태로 현대그룹 `섭정'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몽구회장, `자동차부문만 주력'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정몽헌 회장사망후 5일내내 빈소를 지키며 장례절차를 주관하는 등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했지만 처음부터 `대북사업을 비롯, 현대그룹의 어떤 계열사에 대한 지원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에 걸쳐 강조해왔다. 이같은 현대차의 입장표명은 맏형으로서 가정사는 책임지되 사업부문에서는 선을 분명히 긋기위한 조치로 풀이됐으나 대북사업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였고 정몽구 회장이 현대가의 장자라는 점에서 어떤식으로든 역할을 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최근 범현대가 차원의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지원에 전혀참여하지 않았으며 시장경제나 외국인 지분, 금융상 문제 등을 이유로 자동차 산업에만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상영-정몽구회장 신경전 빚어지나 =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여러그룹으로 분리경영돼 오던 현대가의 법통은 자연스럽게 정몽구 회장쪽으로 힘이 실려졌었다. 대북사업을 이어오던 정몽헌 회장이 사망한데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정치적 법통을 이었던 정몽준 의원도 대선출마 실패로 향후 정치일정이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부인에도 불구, 현대차가 건물 대부분을 매입한 계동사옥으로 정몽구회장이 복귀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상영 명예회장이 정몽헌회장 사후 그룹문제에 직접 나서기 시작함에따라 정몽구 회장의 입장이 다소 애매하게 되지 않았느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상영 명예회장은 가족회의에서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그룹 처리문제에서 장자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 것이 아니냐'고 주문, 정몽구 회장과 다소 서먹서먹한 대화가 오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정몽구 회장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던 현대가의 법통을 둘러싸고정몽구 회장쪽과 삼촌인 정상영 명예회장 진영과의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지금까지 해온대로 자동차 산업에만 주력할 것인 만큼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글로벌 톱5 진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현대가내에서 현대그룹 방어를 위한 역할분리가 이미 돼있어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