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얼마 만입니까. 반갑습니다." 극적으로 성사된 북한의 2003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참가로 남북이 함께 출전하는 종목마다 옛 맞수들의 재회로 화제 만발이다. 북한의 메달 박스인 유도 선수들이 처음 선수촌을 벗어나 연습장에서 본격 훈련에 들어간 21일 대구유도관에서는 뜻밖의 반가운 만남이 있었다. 지난 87년 독일 에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형님.동생의 인연을 맺은 이후 소식이끊겼던 유도관 관리책임자 이종우(40)씨와 북한의 유도심판 박정철(44)씨가 극적으로 상봉한 것. 2000년 시드니올림픽때 사상 최초의 개회식 남북 공동입장에서 한국의 여자농구선수 정은순과 한반도기를 들고 북측기수를 맡았던 박 심판이 이날 선수단 훈련에동행한 것이 계기가 됐다. '87세계선수권 81㎏급 은메달로 북한 유도사상 첫 세계대회 메달의 주인공이었던 박 심판은 당시 태극마크를 달고 71㎏급에 나섰던 이씨와 기약없는 이별을 했다. 이후 박 심판은 90베이징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지도자로 변신, 93년부터 북한 대표팀 감독을 맡아 6년 넘게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고 평양체육대학 교수로 활동하며 국제심판 자격증까지 획득, 이번 대회에서 직접 심판으로 나선다. '86세계군인세계선수권과 '87헝가리오픈에서 각각 은메달을 따고 고향에서 유도지도자와 체육교사로 활동해온 이씨는 "종철형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 생각"이라고 살짝 귀띔했다. 앞서 북한이 대구에 입성했던 20일에도 남북 맞수의 뜻깊은 재회가 이뤄졌다. 남북이 검을 겨누는 펜싱에선 29년 전인 지난 97년 테헤란아시안게임에서 우정의 맞대결을 펼쳤던 대한펜싱협회 김국현(56) 전무와 북한 펜싱 대표팀의 이성일(52)감독이 만난 것. 당시 국기를 달리한 채 플뢰레 선수로 출전해 풀리그 예선에서 기량을 겨뤘던둘은 반가운 마음에 뜨거운 포옹과 악수를 나눴고 조만간 바쁜 일정에도 짬을 내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또 계명대 체조경기장에서는 대회 경기진행담당관인 이호식(47) 국제심판과 북한 체조 선수들을 이끌고 연습장을 찾았던 안성일(40).박영숙(42) 국제심판이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1년 여만에 다시 만나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 심판은 이 자리에서 "술 한잔 하자"고 청했고 북한 심판들도 "심판회의가 열리는 25일까지 바쁘지 않으니 일과 후 놀러 오라"고 화답, 70년대 선수시절부터 키워온 남북의 남다른 우정을 과시했다. (대구=연합뉴스) 특별취재단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