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29년전 검을 맞들고 대결했던 남북 펜싱선수가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를 계기로 반갑게 만나 그동안의 회포를 풀었다. 이번 대회 펜싱 심판장을 맡은 대한펜싱협회 김국현(56) 전무와 북한 펜싱대표팀의 이성일(52) 감독이 그 주인공. 29년전인 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 두 사람은 남과 북을 대표하는 플뢰레 선수로 출전, 당시 대회 첫 남북대결 주자로 맞섰다. 경기 결과는 남쪽 주자인 김 전무의 승리. 당시 풀리그 예선 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던 김 전무는 "그때 그 북한아이 말이야, 경기 내내 벌벌 떨면서 꼼짝도 못했었어"라며 두고두고 그때의 기억을 후배들과의 술자리 안주로 삼았었다. 그랬던 이 감독이 북한선수단과 함께 입국해 여장을 풀자마자 선수단을 이끌고 경기가 열릴 전시컨벤션센터(EXCO)를 방문했고 이곳에서 이번 대회 심판장을 맡은 김 전무를 만난 것. 반가운 마음에 뜨거운 포옹과 악수를 나눈 뒤 그동안의 안부를 물은 김 전무는 이 감독 등 북한 선수들에게 경기장 곳곳을 안내해주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김 전무는 또 29년전 아시안게임에 함께 출전했던 신동석 등 이 감독 동료들의 안부를 물으며 30여분 동안 흐뭇한 재회의 순간을 나눴다. 이들은 시간적 여유가 없어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대회기간중 다시 만나 소주잔이라도 기울이자며 우정도 과시했다. 또 오는 24일 남측 선수들과 맞붙게될 북한 선수단은 심판장인 김 전무에게 '잘봐달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김 전무는 "그때 만났던 선수들이 몸성히 잘 있다니 다행이다. 오늘처럼 앞으로도 기회가 생겨 오늘 만나지 못한 다른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특별취재단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