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세계로 뻗어나갈 때입니다." 국내 최대의 게임포털 한게임을 살리기 위한 사업자금을 마련하려고 PC방까지 운영하는 등 궂은 일을 마다않던 NHN의 김범수 사장(38)은 꿈꾸는 최고경영자(CEO)로 통한다. 그는 요즘 NHN을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야후를 능가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기업으로 키워내겠다는 야심찬 '꿈'을 꾸고 있다. 게임 검색 커뮤니티를 통합한 초유의 비즈니스 모델로 세계시장을 제패하겠다는 것이다. 폭발적인 성장과 높은 수익성을 내세워 일약 코스닥 황제주로 떠오른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게임을 기반으로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그의 꿈은 이제 조금씩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지난 2000년 9월 일본에 진출한 한게임재팬은 최근 야후재팬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3년여의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끝에 이뤄낸 성과다. 김 사장은 최근 한게임재팬에 승부수를 던졌다. 1억엔으로 출발했던 한게임재팬의 자본금을 최근 6억7천만엔으로 늘렸다. 그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 내년부터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한다. 국내와는 달리 일본에는 이렇다할 경쟁자가 없는 것도 자신감을 높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중국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조만간 중국 상하이에 합작법인을 세워 내년부터 중국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새로 선보일 서비스들도 세계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NHN은 내달중 10대 위주의 커뮤니티사이트인 엔토이를 개설하고 연말께는 엔씨소프트에 대적할 만한 정통 롤플레잉게임(RPG)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 사장은 "한게임RPG(가칭)는 순수개발비만 1백억원을 투자한 대작게임"이라며 "국내 뿐아니라 일본 중국 미국 등 세계시장을 석권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엔토이도 해외시장,특히 일본시장에서 주력 수익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한다. 김 사장이 일찌감치 해외시장에 눈을 돌린 것은 그의 사업적 감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3년전부터 멀지 않아 국내 인터넷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예견했었다. 게임포털의 경우 한게임 넷마블 피망이,인터넷포털은 다음 네이버 야후코리아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NHN 성장신화의 주역인 김 사장은 늘 "꿈꾸는 자만이 자유롭다"는 독특한 꿈 철학을 회사경영의 근간으로 삼아왔다. 야후마저 일격에 무너뜨리겠다는 자신감은 바로 그가 꾸고 있는 꿈의 힘이기도 하다. 그의 꿈 철학은 한때 닷컴버블로 열병을 앓았던 벤처 1세대들의 허황된 '대박의 꿈'과는 다르다. 바로 미래의 비전을 만드는 힘이 꿈에서 비롯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삼성SDS에 근무하던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98년 9월 무작정 사표를 냈다. 삼성SDS시절 5년동안 PC통신 유니텔의 개발 기획 마케팅을 맡으면서 인터넷 사업의 가능성에 눈을 뜬 시기였다. 그는 곧바로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하고 바둑 장기 등 웹보드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직원 월급도 챙겨주지 못할 정도로 사업자금이 달렸다. 그는 무려 2억4천만원의 사채를 끌어들여 한양대 근처에 '미션넘버원'이라는 대형 PC방을 차렸고 어렵사리 사업밑천을 장만했다. 근근이 버티던 김 사장은 이 무렵 평생 사업파트너가 된 이해진 사장(당시 네이버컴)을 만나게 된다. 삼성SDS 입사동기이기도 한 두 사람은 의기투합,2000년 7월 전격 합병했다. "당시 국내 최대 포털이었던 야후를 누르기 위해서는 두 회사가 몸을 섞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다. 게임과 인터넷포털이라는 이질적인 만남은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엄청난 파괴력을 낳았다. 2001년 3월 한게임이 유료화를 시작하면서 NHN은 드디어 초고속 질주를 시작했다. 지난해 7백60억원의 매출과 2백5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NHN은 코스닥등록 10개월만에 시가총액 1조2천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