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재정경제부의 영문명 MOFE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불릴 만큼 폐쇄적이던 재정경제부가 고질적인 '순혈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다른 부처는 물론 국세청이나 산하기관쯤으로 여기던 한국은행에서까지 인력을 잇따라 '수혈'하고 있는 것. 재경부는 올 들어 국세청과 1∼5급 간부 16명을 주고 받았다. 최근에는 박상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 회수관리과장을 금융감독위원회로 보내고 변상구 전 금감위 국제협력과장을 새 식구로 맞았다. 앙숙이었던 한국은행과도 벽을 허물고 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과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두 기관의 고위 간부들과 함께 지난달 18일 만찬 회동을 가진데 이어 29일엔 한은 임직원들이 강당에 모여 김광림 재경부 차관의 강연을 듣기도 했다. 두 기관은 한발 더 나아가 다음달 중 중간간부 2명씩을 교환 근무시킬 예정이다. 재경부에선 한은 통화정책과 밀접한 금융정책국 국고국에서 서기관급 2명을 보내고 한은에선 차장(팀장)급 2명을 선발,양측의 핵심부서에서 근무시킨다는 것이다. 재경부는 이와 함께 휴직 후 2년간 민간기업에서 새로운 직장 분위기를 경험하고 복귀하는 '민간고용 휴직제'도 적극 권장한다는 방침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도입된 이 제도가 도입된 작년에는 각 부처 지원자 13명 가운데 재경부 출신이 3명이었다. 이들은 로펌(법률회사) 등으로 자리를 옮겨 민간의 분위기를 익히고 있다. 재경부 인사 담당자는 "제대로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안팎으로 교류가 활발해야 한다는 게 김 부총리의 지론이어서 올 들어 인사교류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관료들의 이 같은 자리 이동이 '경력관리용'으로 이용될 뿐 전문성에 대한 고려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교류의 본래 취지를 살려 '전문성'을 제고할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