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제의한 대통령과 국회의장, 여야대표간 4자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까. 현재 분위기로는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회담 형식과 의제도 논란거리지만, 회담 목적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뚜렷한 데다 회담 제의를 전후해 양측이 주고받는 말들에 가시가 돋쳐있는 등 회담 주변여건도 아직 미숙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일단 회담 의제를 민생과 경제현안에 국한한다면 수용못할 이유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드러내놓고 말은 않지만, 야당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야당에 정치공세의 멍석을 깔아주는 결과만 될 수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주5일 근무제, 대법관 제청 논란, 청와대 참모들의 총선 출마와 신당 문제, 각종 국책사업 등 굵직굵직한 현안에 대해 회담장에서 최 대표가 고강도 공세를 취하고 나올 경우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야당 대표가 노 대통령의 당적 이탈, 참여정부 역사관과 철학, 국정쇄신 등을 문제삼거나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자리를 같이 할 수 있느냐"는 불만도 깔려 있다.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이 시종 "대통령과 만나려면 먼저 예의를 지켜라"고 얘기하는 것도 이때문이며, 18일 오전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최 대표가 4자회담을 제의한 것 치고는 너무 비판강도가 심하며 예의에 벗어나는 게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다"고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이 전했다. 한 핵심관계자도 "한나라당이 김두관(金斗官) 행자장관 해임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는 등 정치적 변수가 많아 회담 성사를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최대표가) 욕을 너무 많이 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비리 조사특위'와 법률지원단 연석회의에서 `노 대통령 주변 비리의혹'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내달 추석연휴전 실시를 추진키로 결정한 것 등을 포함해 4자회담 제의의 `진지성'이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국회의장을 제외한 3자회담을 주장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국가적 현안에 대해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논의한다는 차원"이라고 4자회담을 고수하는 등 지루한 줄다리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4자회담 전망에 대해 "상대방 진의와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탐색전에서 끝날 수도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오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주5일 근무제 법안, 국방예산과 각종 민생법안 처리, 북핵해결을 위한 6자회담 등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현안이 쌓여있는 만큼 청와대로서도 4자회담을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강한 편이다. 청와대는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나라당이 공식 제의해올 경우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민주당 핵심관계자도 "난마처럼 얽혀있는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선 대통령과 여야대표가 만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으로서도 경제살리기에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대안세력'으로서의 이미지 부각 필요성이 있고, 최 대표 개인적으로 보면 4자회담을 통해 명실상부한 야당대표로서 대내외적인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 대표로선 특히 그동안 대립각만 노정돼온 노 대통령과 단독회담으로 가는 우회로로 4자회담이 유용할 수 있다. 4자회담이 성사될 경우 논의 내용은 경제 현안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의 쟁점현안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살리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재배치, 베이징(北京) 6자회담, 새 노사문화 정립, 차질없는 국책사업 추진 등에 대해 격의없는 난상토론이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다. 당초 지난 1월 대통령직인수위가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대통령, 국회의장, 여야 지도자가 협의.토론하는 전국정상회의'가 현실화되는 것이기도 하다. 4자회담 성사 여부는 노 대통령과 `거야(巨野)'의 관계를 비롯해 향후 중기적 정국의 기조를 결정하는 풍향계가 될 것이라는 데 큰 이론이 없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 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