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이 심각하다. 외신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염 가뭄 홍수소식을 전하기에 바쁘다. 유럽에서는 1백여년만의 살인더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숨지고 있다 해서 야단이다. 대량살상무기보다도 더 무서운 자연재앙이라며 각국은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으나 그리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근심이 깊어지는 것 같다. 오죽했으면 교황 바오로 2세가 나서서 불타는 땅에 한줄기 비를 내려 주도록 기우제미사를 드렸을까 싶다. 프랑스에서는 올 여름 섭씨 40도를 넘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3천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되면서 자연재해 등이 발생했을 때 가동되는 비상의료체계인 '백색계획'을 발동했다. 비상사태를 맞아 휴가중이던 시라크 대통령도 급거 파리로 돌아왔다. 적도국가를 방불케 하는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동구 등지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하자 전 공무원과 의료인들이 비상대기중이라고 한다. 가뭄이 계속되면서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는 산불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알프스 지역에서는 만년설이 녹아내려 산사태 발령과 함께 등산로가 폐쇄됐다. 네덜란드에서는 물부족으로 전력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국가간의 물분쟁이 재연될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갠지스강의 물줄기를 돌리려는 인도와 이를 막으려는 방글라데시, 나일강의 수원을 둘러싼 이집트와 케냐 간의 다툼이 심상찮다는 소식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는 강력한 토네이도로, 동남아에서는 유례없는 폭우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이제 기상재앙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환경파괴로 지구의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엘리뇨현상까지 겹쳐 기상이변은 더 이상 '이변'이 아니라는 것이다. 폭염 가뭄 홍수 폭풍 등은 무분별한 환경파괴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환경론자들은 말한다. 기상이변은 해가 갈수록 전 지구촌에 걸쳐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어떤 재앙이 언제 급습할지 몰라 어느 나라도 안심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환경파괴가 '재앙'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지구촌의 장래를 위해 당장 무엇을 할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