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을 다짐했던 미국전에서 뜻하지않은대패로 벼랑에 몰린 한국이 오는 17일(한국시간) 밤 열리는 2003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U17) 조별리그 2차전에서 격돌할 스페인은 전통의 강호. 지금까지 통산 4번 본선에 오른 스페인은 지난 92년 이탈리아에서 거둔 준우승이 최고 성적. 스페인은 이번 대회 첫경기에서 10명이 싸우는 수적 열세와 골키퍼의 범실이 겹쳐 '아프리카의 복병' 시에라이온과 3-3으로 비겼지만 흠잡을 데 없는 플레이로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공격진들의 스피드와 개인기는 위협적이었고 90분을 뛰어도 지치지 않는 강철체력을 선보였다. 특히 스트라이커 다비드(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발군의 기량을 자랑했다. 유럽선수권 오스트리와의 준결승에서 무려 4골, 포르투갈과의 결승에서 1골을뿜었던 다비드는 이날 1골을 작렬, 한국의 경계대상 1호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다비드의 투톱 파트너인 하비(레알 마드리드)도 폭넓은 활동반경을 그리며 시종시에라이온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이 경기를 분석한 이규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은 "D조 중 공수에서 가장 균형잡힌 팀으로 특별한 약점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전체적으로 99년 대회보다 수준이 더 향상됐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위기관리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 감지됐다는 점. 스페인은 이날 2-0으로 리드하던 상황에서 수비수 아르소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자 수비라인부터 리듬을 잃더니 골을 잇따라 허용했던 것. 물론 퇴장 변수가 작용했지만 한국으로서는 꺼져가는 '8강불씨'를 살리기 위한한줄기 빛을 본 대목이다. 미국전에서 축구신동 프레디 아두(베데스다 인터내셔널)를 효과적으로 방어하지못해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던 포백 수비라인이 미드필더들과의 유기적인 플레이속에 '두번의 실수는 없다'는 각오로 다비드를 원천봉쇄하고, 공격진이 선취골을 뽑아 기선을 잡는다면 충분히 승리를 낚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틀간의 훈련을 통해 흐트러진 조직력을 점검하고 침체된 분위기를 털어버리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라티=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