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연구단이 '이전대상기관 설정' 보고서를 통해 단순한 행정기능만의 이전이 아닌 천도(遷都)에 가까운 광범위한 기능이전 방안을 제시했다. 청와대를 포함한 대부분의 중앙행정기관은 물론이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다 외국공관도 이전시키고,일국의 수도로서 통합성과 상징성을 높일 수 있는 문화 교육시설까지도 입지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물론 연구단의 보고서가 정부방침으로 굳어진 것은 아니라고 하겠으나 만일 신행정수도 건설이 6백년 도읍지를 옮기는 천도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지금까지의 접근방식에는 문제가 많다고 본다. 우선 신행정수도 건설이라는 용어부터가 적절치 않다. '수도 이전'이 아닌 '행정부 기능'만의 이전으로 본질을 오도해온 측면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더욱더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명운을 좌우할 천도문제를 국민적 합의절차도 없이 기정사실화하려 한다는 점이다. 물론 지난 대선때 공약으로 내세웠다고는 하나 국민적 합의절차를 거쳤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그당시에는 개념자체가 모호했던데다 수많은 공약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에 딱히 수도이전에 국민다수가 지지를 보냈다고 해석하기 곤란하다. 따라서 정부는 신행정수도 건설이 '천도'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를 국민투표에 부치거나 최소한 국회표결이라도 거쳐 절차적 정당성부터 확보하는 것이 순서다. 이 과정에서 안보상황이나 통일을 염두에 뒀을 때도 수도의 충청권 이전이 과연 최적의 대안인지,돈은 얼마나 들며 빠듯한 재정사정에도 불구하고 추진해야 할 만큼 시급한 일인지,수도권 신도시 건설 등 다른 국가정책과 상충관계는 없는 것인지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수도이전 문제는 국민의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안보 경제 등 국가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중대사 중의 중대사다. 이런 중대사를 국민적 합의절차도 없이 추진하는 것은 두고두고 화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