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자금 1백50억원+α'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13일 대북사업 지원 등의 대가로 현대측으로부터 비자금 2백억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권씨는 이날 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신청, 영장 발부여부는 14일 오후께 결정될 전망이다. 검찰에 따르면 권씨는 김영완씨와 함께 지난 2000년 2월께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만나 "총선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 "금강산 선상 카지노 등 대북사업과 앞으로 현대에 어려움이 닥칠 경우 도와달라"며 권씨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측은 김영완씨와 협의를 거친 뒤 2000년 3월 현금 2백억원을 한번에 3억~4억원을 담을 수 있는 서류상자 60여개로 포장,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주차장 등 3곳에서 총 4차례에 걸쳐 전달했다. 권씨는 돈을 전달받고 난 뒤 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잘 받았다"고 답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김영완씨가 권씨에게 현금으로 곧바로 건넸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검찰은 이같은 사실을 이익치씨 등 관련자 조사를 통해 상당부분 확인하고 권씨를 상대로 사흘째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권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씨는 "총선자금으로 1백10억원을 조성했지만 이는 김영완씨 등 3명에게서 빌린 돈이며 현대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백10억원의 정치권 유입여부에 대해선 "권씨가 현재 사용처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는데다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3년)도 지나 총선자금 전반에 대해 수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권씨가 돈을 전달한 정치인들을 진술할 경우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 관련 정치인들을 불러 조사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와함께 권노갑씨가 김영완씨, 정몽헌 회장, 이익치씨 등과 지난 98년 이후 6~7차례 모임을 가져 왔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91년 국정감사 당시 미국 보잉사의 헬기 도입 문제와 관련해 권씨를 만나 친분을 쌓아 왔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지원씨에게 전달된 현대비자금 1백50억원을 돈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권씨가 지난 2001년 여름까지 거주했던 서울 평창동 S빌라는 김영완씨가 부하직원의 친척인 재일동포 명의로 구입한 집이며 김씨가 직접 1억원을 들여 내부 보수공사를 했을 정도로 두 사람이 밀접한 관계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김씨가 정몽헌 회장-권노갑씨-박지원씨를 연결해 주며 비자금 전달과 함께 정치자금 조성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