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같은 중국 대도시에 다녀온 사람들이 흥미롭게 전하는 사실이 있다. 거리 곳곳에 우체통처럼 생긴 콘돔판매대가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개방 풍조와 1가구1자녀 운동이 더해진 중국의 현주소인 셈이다. 우리도 '잘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며 가족계획 캠페인을 벌인 게 불과 얼마 전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출산율은 지난해 1.17로 세계 최저를 기록,급기야 만18세까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양육비의 전부 혹은 일부를 부담하는 '출산 안정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에 이르렀다. 법안엔 출산비용에 대한 세금 감면과 '아동수당' 지급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고 전한다. 출산율 저하는 곧 인구 감소에 따른 각종 사회ㆍ경제적 문제로 이어진다. 때문에 선진 각국에선 출산 장려에 총력을 쏟는다. 싱가포르는 2001년 4월부터 둘째아이에겐 6세까지 매년 5백싱가포르달러,셋째에겐 둘째의 두배를 준다. 프랑스는 출산율이 1.9로 유럽연합 중 가장 높은데도 내년부터 모든 산모에게 8백유로(약 1백1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주고 3년 동안 매달 양육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본은 내년부터 불임치료 부부에게 연간 10만엔을 보조하고 그동안 6세까지 주던 자녀수당(둘째까지 월 5천엔,셋째부터는 1만엔)대상을 9세까지 확대한다. 우리의 출산율 저하 속도는 사상 유례가 없다고 할 정도다. 이번 법안도 다른 대안이 없다는 데서 나온 고육지책일 것이다. 하지만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추세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출산장려책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육보조금을 준다고 아이를 더 낳을 가능성은 작고,자칫 아들 선호만 더 부추길지 모른다는 얘기다(셋째 자녀의 남녀 성비 1백41.4). 출산을 기피하는 건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난 까닭도 있지만 엄청난 교육비,자녀에 대한 무한책임,지나친 경쟁체제에 대한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결과라고 한다. 실제 법안 발의 소식이 전해지자 '1명이라도 제대로 키우게 해줄 것이지 웬 셋째'라는 말도 나온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아이를 낳고 싶게 만들어야 하고 그러자면 육아와 교육을 전적으로 개인 특히 여성의 책무로 여기는 풍토부터 개선해야 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