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1743∼1826)은 다방면에서 뛰어났다. 이미 20대 초반에 독립선언문을 기초했고 수학ㆍ과학에도 일가견이 있어 그의 이름을 딴 대학과 과학고등학교가 있다. 프랑스 대사 시절 개발한 쟁기날은 거의 1백년 동안이나 표준이었다. 버섯 모양의 희고 둥근 지붕으로 유명한 버지니아주 고향집 '몬티첼로'를 지어 건축가로서도 명성을 날렸다. 제퍼슨은 또한 언론 자유에 대해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뒤엔 언론의 잇따른 비판 기사에 혼쭐이 나고는 "신문에서 믿을 것이라곤 광고밖에 없다"고 투덜대기도 했다. 요즘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내비치는 일이 잦아졌다. 청와대가 일련의 향응보도를 '가학적 테러리즘'이라고 비난한 점을 보면 맺힌게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노 대통령의 부정적 언론관은 오래 전에 형성된 듯하다. 2001년 2월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DJ) 정권이 언론과의 전쟁 선포도 불사해야 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런 점에서 국정운영의 큰 흐름을 제시할 '8ㆍ15 경축사'가 비상한 관심을 끈다. 휴가를 마친 대통령이 직접 자판을 두드려가며 문구를 가다듬고 있다는 소식이다. 소득 2만달러, 남북관계 등이 담기겠지만 언론계 일각에선 '대언론 선전포고'까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경축사에 꼭 담아야 할게 있다. 야당의 대선 슬로건이던 '나라다운 나라'가 요즘 국민들에게 어필하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계 교섭력을 키우려다 고임금 대기업 노조의 파업사태를 몰고온 것이나, 현 정부 들어 '합법화'를 시사한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미군기지에 들어가 장갑차 위에서 성조기를 불태우는 모습에 국민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곧 말복(15일)이지만 경기는 여전히 얼음장이다.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에도 불구하고 기업 체감경기는 계속 추락하고 있다. 통계청의 '소비자전망 조사'(12일)나 '고용동향'(13일)에서도 의미있는 반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주5일 협상과 증권관련 집단소송제(11일 국회 법사위) 등과 같이 시끄러워질 일이 많다. 제퍼슨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등 무수한 명언을 남겼지만 특히 가슴에 와닿는 말이 있다. "화가 나거든 뭔가 말하거나 행하기 전에 열까지 세라. 그래도 화가 안 풀리면 백까지, 천까지 세라." 노 대통령이 새겨야 할 말이지 싶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