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주름살이 늘어날수록 경제의 주름살도 깊어만 간다. '사오정'과 '오륙도'라는 신조어가 최근 국내에서 일고 있는 조기 퇴직 바람을대변하지만 유럽에서는 오히려 노동자의 조기 퇴직이 경제 전체에 적지 않은 부담을안긴다는 이유로 방향을 틀려 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런 움직임에는 조기 퇴직에 따른 수혜자의 증가, 수명 연장에 따른 지급기간연장으로 연금 운용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경제적 측면의 걱정이 우선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줘야 하며 이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에는 삶의 터전을 상실하는 데 따른 심리적 좌절, 연금 수준이 평균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남은 삶의 '질적 저하'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회원국 정부가 연령상의 차별을철폐하고 고령 노동자의 취업을 장려하며 이를 위한 여건 조성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정부 대책에는 연금 개혁을 넘어서는 조치들을 반영해줄 것을 권고했다. OECD 보고서는 다수 국가에서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현실적 판단을 바탕에깔고 있다. 실제로 현재 OECD회원국 인구중 65세 이상은 22%를 차지하며 오는 2050년에는 4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엔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7%를 넘을 때 고령화 사회,14% 이상일 경우를 고령사회로 간주한다. 지난해 5월 영국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1901년 영국 남성의 기대수명은 48세에 불과했으나 2000년에는 75세로, 여성은 49세에서 80세로 증가하는 등 유럽인들의 기대수명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내부에서는 고령사회가 이미 도래한 이상 연금 수준이 평균수준에도 못미친다면 정년 퇴직제는 비현실적이라는 인식 아래 각국 정부가 정년 퇴직제를 폐지하도록 요구하는 움직임이 이미 구체화되고 있는 상태. OECD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정년 퇴직제 폐지를 통해 노동 참여 기회의 확대와청장년과 노년층간의 취업 불균형을 적극 시정을 할 것을 당부했다. 구체적 권고사항에는 ▲고령 노동자가 퇴직을 미루도록 고숙련 일자리를 충분히제공할 것 ▲취업알선 기관은 고령 노동자에게 적절한 일자리가 돌아가도록 노력할것 ▲ 조기 퇴직을 유도하는 인센티브(유도책) 제공을 중단할 것 등이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고령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조기 퇴직을 권리로 간주하지 말것, 국가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정 퇴직연령까지 일해야 할 필요성을깊이 인식할 것도 아울러 주문했다. 영국의 경우, 1904년 연금법 제정 이후 법정 퇴직연령이 65세로 유지되고 있지만 유럽연합(EU)의 폐지 권고를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다. 스위스는 오히려 법정 퇴직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올리는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다수 국가에서는 아직도 평균 퇴직 연령이 법정 퇴직 연령보다 2-3년 빠른 것이 현실. 유럽 국가중에서 고령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일하고 있는 국가는 아이슬란드와스위스. 스위스는 54-65세 연령층의 70%가 취업상태로, OECD평균 48%를 크게 웃돌고있다. 이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프랑스와 벨기에로 25% 언저리다. 한편 지난해 7월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구미선진국에 비해 신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국이 고령화사회(2000년)에서고령사회(2019)년으로 이행하는데는 불과 19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