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검찰에 적발된 작전세력들은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설립한 뒤 합법적인 구조조정을 빙자해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은 사설 '트레이딩 룸'을 설치해 놓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우는 등 대담한 수법도 보여줬다. ◆ CRC를 이용한 주가조작 =상장사인 세우포리머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직 증권사 직원인 김동호씨 등 10명은 지난 2001년 구조조정 중이던 세우포리머의 주가조작을 위해 CRC인 '디바이너'를 설립했다. 이들은 사채업자 반재봉씨로부터 자본금 70억원을 빌려 CRC를 세운뒤 자본금을 다시 빼돌리는 가장납입 수법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 등은 2002년 초 사채업자 등으로부터 3백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아 '디바이너'를 통해 세우포리머 유상증자 물량을 넘겨받아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들은 유상증자받은 주식을 담보로 다시 8백억원의 자금을 만들었고 차명 증권계좌 1백9개를 이용, 2천여회에 걸쳐 비싼 주문을 내거나 미리 짜놓고 높은 값에 주식을 매매했다. 여기에 힘입어 8백70원이던 주가는 8개월 만에 12배인 1만원으로 급등했고 1백70억원의 시세차익을 가져다줬다. 이들은 또 지난해 3∼5월 구조조정 업체인 부흥의 주가도 40억원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높여 9억6천여만원의 시세차익을 챙겼으며, 2001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는 한국와콤전자의 주가를 조작해 8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 등은 2001년 12월에도 당시 구조조정 중이던 ㈜광명전기의 주가조작에도 관여했다가 실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CRC로부터 광명전기 경영권을 인수한 뒤 회삿돈 80억원을 횡령해 개인채무 변제 등에 유용한 혐의로 광명전기 사장 이종학씨(37)는 구속기소하고 부사장 김기훈씨(32)는 불구속기소했다. ◆ 치밀한 '작전' 계획 =검찰은 이번에 적발된 작전세력의 경우 동원 자금과 시세차익 규모, 증권 계좌수 등에 비춰 사상 최대라고 밝혔다. 그런만큼 이들은 주가조작 대상업체 선정, 주식매매를 통한 주가부양, 자금동원 등 역할을 분담하는 치밀성까지 보여줬다. 자금유치때엔 '원금의 2~3배 이익보장'을 앞세웠다. 인터넷 메신저와 개인정보단말기(PDA) 등으로 연락하는가 하면 5∼10일 단위로 주가조작시 손익을 예상한 '손익 시뮬레이션'도 작성했다. 특히 이들은 주가조작을 위해 별도의 사설 '트레이딩 룸'을 마련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를 설치, 동시에 매매주문을 내 시세를 조종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이 겨냥한 대상 업체들은 대부분 구조조정 중인 상장기업들이었다. 산업자원부의 설립 허가가 필요한 CRC를 만들면 구조조정을 빌미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고 주가조작도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기업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을 빙자한 일부 CRC로 인해 회사가 정상화되기는커녕 기업사냥꾼들의 사냥감이 되거나 주가조작 대상으로 전락되고 있다고 판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설립자본금을 가장납입하거나 구조조정 대상기업 매각대가로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CRC에 대해 집중적인 내사를 진행하고 주작조작 자금을 빌려준 사채업자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