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중국과 사업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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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 '미르의 전설'의 중국 서비스업체인 셩다(盛大)의 천톈차오(陳天橋) 사장이 최근 상하이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
그는 마이크를 쥐자마자 한국 측 파트너인 엑토즈를 비난하고 나섰다.
"엑토즈가 합의를 어기고 제대로 협력해 주지 않아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며 그는 조목조목 사례를 들어 언성을 높였다.
"앞으로 벌어지는 사태는 모두 엑토즈 책임"이라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를 전해 들은 엑토즈 관계자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반응이다.
'미르의 전설' 덕택에 중국 최대 게임업체로 성장한 셩다가 당연히 주어야 할 로열티 송금을 거부한 채 생트집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엑토즈는 이미 계약 파기를 통보한 상태다.
한·중 두 기업간에 의리는 사라지고 분노와 배신감, 복수만이 남게 됐다.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게임,나아가 문화콘텐츠 산업의 대(對)중국 진출 앞에 두가지 선택이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하나는 공존이다.
우리 업체는 중국시장 침투에 한계가 있다.
우리 기술을 중국에 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중국업체의 힘을 빌려야 한다.
조금 마음에 안들더라도 중국 파트너와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입장이라면 엑토즈는 셩다가 밉더라도 한 발 양보, 화해하고 손을 다시 잡는게 유리하다.
다른 하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주도권 행사다.
우리 게임기술은 향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므로 물러설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셩다가 아니더라도 한국게임을 원하는 업체는 얼마든지 있다.
칼자루는 우리가 쥐고 있는 것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이 싸움에서 셩다에 굴복한다면 앞으로 우리 게임산업은 중국의 하청 단지로 전락할 것"이라며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게임은 한·중 비즈니스의 황금산업으로 부각되는 분야다.
'공존이냐, 주도권 행사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선택의 문제는 게임은 물론 한·중 비즈니스의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제기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기술 경쟁력이 얼마나 있느냐에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