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투신 자살을 비롯 가족 동반자살 등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은 남북경협 등을 주도해온 경제인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가치관의 극심한 변화와 그에 따른 책임의식과 '완벽성',극대화된 빈곤 등이 자살을 늘리는 요인"으로 지적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타까운 '자살 릴레이'=정 회장의 자살 소식은 가뜩이나 자살신드롬 충격에 빠져있는 우리 사회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최근 생활고 등을 비관한 자살 소식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지난 3일에는 성적비관으로 자살한 아들 때문에 한 가장이 목을 매 자살했다. 지난달 17일 인천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 주부가 "살려달라"고 발버둥치는 어린 딸·아들과 함께 투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31일에는 남편의 주식투자 실패를 비관한 30대 주부가 두 자녀를 숨지게 한 뒤 아파트에서 투신,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루 전인 30일에는 전북 완주군 삼례읍 한 도로에 세워져 있던 카렌스 승용차 안에서 이모씨(33) 일가족 4명이 숨진채 발견됐다. ◆하루 36명꼴 자살=경찰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자살건수는 1만3천55건으로 전년도 1만2천2백77건보다 6.3% 늘었다. 하루 평균 36명,시간당 1.5명꼴로 자살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0년 생활고·사업실패로 인한 자살은 7백86건이었지만 2001년 8백44건,2002년 9백68건으로 매년 큰폭으로 증가했다. 더구나 경제활동이 왕성한 30대의 자살도 경기침제 장기화로 2000년 2천4백44건에서 2001년 2천4백46건,2002년 2천6백55건으로 급증 추세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살동기 중 80% 가량이 경제적인 이유"라며 "최근들어선 이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타살논란 가열=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 등은 순교형,복수형,도피형,사고형,구원형 등 다양한 자살 유형이 있지만 대부분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데 따른 절망감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자살을 시도했던 많은 사람들이 '죽음이 살아있는 것보다 덜 고통스러울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위기에 처한 대북사업으로 인한 압박감 등으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는 정 회장처럼 '흠결없는 완벽성'을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도 큰 요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자책감의 해소를 '자신을 공격하는 방식으로'나타내는 자책형 자살이 많은 것이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류범희 삼성병원 교수(정신과)는 "달라진 가치관과 자신이 처한 현실,기대감과의 괴리로 고통을 호소하는 상담이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고학력자나 경제 사회적 신분이 높은 상담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불어난 빚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정신적 위안조차 주지 않는 냉정한 사회분위기도 한 몫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