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자살 배경을 놓고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우리 사회가 반세기 분단의 역사를 극복해 나가려는 '인물들'에게 엄청난 부담과 희생을 요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수 없다. 정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유지에 따라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착공,경의선·동해선 철도 도로 연결 등 3대 남북경협에 열정을 쏟았고,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남북 관계가 지금의 수준까지 진전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북 불법송금 의혹과 관련해 정치적·법적 공방에 휘말리고,회사 또한 심각한 재정난을 겪으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했다. 지구상의 유일한 '냉전지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서 분단의 두터운 얼음장을 뚫고 남북간 화해 협력을 추진했던 인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상상할 수 없는 자기 희생과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48년 4월 남북한 제정당·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 참석차 삼팔선을 넘어 평양을 다녀왔던 민족지도자 김구,김규식 선생의 경우 한 분은 이승만정권 시절 암살을 당했고,다른 한 분은 6·25때 납북되는 비운을 겪었다. 대통령으로는 분단사상 처음으로 지난 2000년 6월 방북,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6·15 공동선언에 합의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임기말에 불거진 대북 불법송금 의혹이 올 2월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 특검수사를 통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고,국내에서 남북정상회담 대가 논란이 정쟁으로 비화되면서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퇴임 후 편치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정 회장은 가족들에게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 담긴 정 회장의 심정을 생각해본다. 권순철 정치부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