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이 서울 계동 현대사옥에서 투신 자살한 것은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다. 특히 정 회장이 최근 대북송금 및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 사건 수사와 관련, 심한 심적고통을 당해 왔고 이것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 개연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가슴아프게 생각한다. 우리는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그가 필생의 과업으로 생각하고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던 남북경협 사업과 그가 남긴 11개 현대계열사의 경영에 차질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숨진 정 회장은 경제인 차원을 넘어 그동안의 남북관계 흐름을 사실상 주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부터 금강산 관광사업,개성공단,철도·도로연결 등 3대 경협사업에 이르기까지 어느것 하나 그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역할은 가히 절대적이었다. 미묘한 남북관계 아래에서 남북경협을 그나마 지금과 같은 상황까지 이끌어 낸 것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때부터 이어져 온 북한과 현대가(家)와의 각별한 인연이 바탕이 됐고,특히 고인의 헌신적인 노력에 전적으로 힘입은 바 크다. 이런 점에서 관계당국은 정 회장의 공백이 남북 경협사업에 대한 추진동력의 약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 회장 개인에 의존해 왔던 부분을 제도적으로 흡수하는 한편 정부주도의 대북사업 청사진을 제시해 남북경협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고인의 유지를 살려 나가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아울러 정 회장이 관할했던 11개 현대계열사의 기업경영이나 소유지배구조에 미칠 영향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정 회장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경영난이 가중된다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채권은행의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