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여름휴가가 한달(31일간)이나 된다 해서 다소 논란이 있는 모양이다. 비판하는 쪽에서는국내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 터에 그토록 오랫동안 백악관을 비워두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목청을 돋우고 있다. 그러나 "쉴 때는 쉬어야 한다"는 보좌진들의 논리가 설득력을 가지는데다 휴가에 대한 대통령의 소신이 강해 비판의견은 찻잔 속의 태풍이 된 듯하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빈번하면서도 최장기 휴가를 즐기는 부시 대통령은 유독 긴 여름휴가를 고집해 오고 있는데,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휴식'이 절대적이라고 피력한다. 장소도 캠프 데이비드 등 대통령 전용 휴양지가 아닌 자신의 텍사스 향리에 있는 개인목장 '크로퍼드 랜치'를 선호한다. 서양의 지도자들은 휴가를 그저 놀기나 하는 소비기간으로 보지 않는다. 지쳐 있는 심신을 재충전하면서 더 나은 미래와 창조를 위한 준비기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유럽의 국가지도자들이 보통 2∼3주의 하계휴가를 즐기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매년 해외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내기까지 하는데,올해는 이탈리아행을 계획했던 슈뢰더 총리가 당초 일정을 취소해 파문이 일고 있기도 하다. 이탈리아 경제차관이 독일 관광객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주말부터 휴가에 들어갔다. 기간은 일주일도 채 안되는 이번 주 중반까지로만 알려지고 있으며 행선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공개된 것이라곤 휴가기간중 대통령이 읽을 책 4권이 전부다. 전임 김대중 대통령은 두 아들의 검찰조사와 수해 등으로 2년 연속 그나마 휴가를 갖지 못했다. 국민여론을 의식해서라고 했다. 아직도 휴가를 한가한 사람들의 '사치'정도로 여기는 일부 시선을 너무 과민하게 받아들인 탓인 것 같다. 치우침이 없는 균형감각,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온전한 사고,개인적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도 충분한 휴식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이 터졌을 때도 크로퍼드 별장에서 국무를 수행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