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성장동력은 기업과 함께 .. 孫郁 <삼성종합기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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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년 뒤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이는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최고의 화두로서,우리가 반드시 풀어야 할 지상 과제다.
참여정부는 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권 출범 직후부터 지난 5개월에 걸쳐 반도체 자동차 이후로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차세대 성장동력에 대한 논의를 범부처적으로 진행시켜 왔다.
그 결과 최근 10개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확정되었다.
정부는 이번에 선정된 10대 성장동력에 향후 10년간 약 4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고 한다.
그러나 '성장동력의 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21세기 기술의 융·복합 시대에는 '모든 산업이 성장산업'이다.
무엇을 육성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와 이를 실천할 핵심인력의 확보 및 양성이 더 중요해졌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에 대해서도 무엇을,어떻게,누가 육성할 것인가라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제 겨우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했을 뿐이다.
지금부터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는 곧 국가혁신시스템 구축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 5개년계획'과 같이 정부가 주도하고 대기업이 주체가 된 선택과 집중 전략의 혁신시스템을 통해 80년대 중반까지 고도 성장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시대에 맞게 올바른 시스템 전환을 이루지 못해, 결국 10년 이상 혁신시스템 공백기를 겪어야 했다.
앞으로 새로운 혁신시스템의 구축 여부에 따라 차세대 성장동력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그만큼 관건은 국가혁신시스템인 것이다.
새로운 국가혁신시스템은 융·복합의 시대에 맞는 '산·학·연 R&BD 클러스터(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Cluster)'의 형태가 주축이 돼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혁신시스템으로 '산·학·연 R&BD 클러스터' 구축에 주력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 나라도 선진국 진입,지역균형발전,동북아 허브라는 국민적 열망을 이루기 위해 산·학·연 R&BD 클러스터 구축이 필요하다.
필자는 가장 효과적인 R&BD 클러스터는 다음과 같은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클러스터의 중심에는 연구중심대학이 있어야 한다.
대학은 우수 연구자들이 많이 모여있고 미래의 연구자들을 배출하는 곳이다.
마땅히 국가혁신시스템에서 기술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기술은 대학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다.
대학의 기술을 바탕으로 벤처기업이 태어나고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클러스터의 실질적인 운영주체는 기업협의체가 담당해야 한다.
정부 주도로 진행하다가 제대로 성과를 이루지 못한 G7사업단의 문제점들이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는 민간 주도,산업계 주도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이야말로 기술의 최종 수요자이자 기술을 경제적 이익으로 전환시키는 실행자다.
셋째,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여 이들이 대기업과 함께 혁신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지식기반사회는 개인 기업가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의 기술개발만으로는 세계적 기술혁신의 흐름을 이겨 나갈 수 없다.
따라서 중소기업을 지역균형발전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중소기업을 약자(弱者) 보호 차원이 아니라 고용과 기술혁신의 주체로 재인식하고 혁신시스템의 주체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클러스터를 지원하는 정부부처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발전의 중심에 서 있는 산업자원부,기초과학을 담당하는 과학기술부,교육인적자원부 정보통신부 건설교통부 보건복지부 등이 협력해 시너지를 창출할 때,성장동력의 성공적 실천이 가능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혁신시스템은 산업계가 주도하고 대학이 기술혁신의 핵심역할을 하며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 실천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하고,정부부처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지원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차세대 성장동력을 품목 선택의 개념이 아니라 혁신시스템,클러스터 조성의 모범사례로 조성하겠다는 유연한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의 결정이 R&BD형 클러스터 형태로 국가혁신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어,말 그대로 21세기 선진한국으로 나아가는 동력원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